“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금방에도 금이 씨가 말랐어요. ‘골드바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 문의도 끊이지가 않네요”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치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金)’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달러와 금을 확보해두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결과다. 공급이 수요에 따라가지 못해 금 시세가 급등하자 벌써부터 금(金)을 활용한 폭리 행위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을 전망하면서도 시중에 금이 풀리지 않는 ‘금맥경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관세 엄포에 전 세계 ‘금맥경화’ 시름…‘부르는 게 값’ 골드바 품귀현상 심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전날 오후 주요 시중은행에 골드바 판매 중단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대비 차원의 금(金) 수요 확대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금원자재 확보에 갑작스러운 차질이 발생해 골드바 제조·공급·판매를 중단하게 됐다”며 “언제 다시 골드바 판매를 재기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0g 골드바의 g당 금값은 15만6230원으로 한국거래소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무역 긴장으로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세계 각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윤곽이 드러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금값이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 풀려있던 물량은 가격 상승의 진원지인 미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금을 미국으로 반입할 때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면서 해외 금융사 대부분이 미리 뉴욕거래소에 금을 옮기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해외 금융사들은 약 393톤 규모의 골드바를 뉴욕상품거래소 금고로 옮겼다. 보관 규모는 926톤으로 기존에 비해 약 73% 급증했다.
시중의 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금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금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시세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을 이용한 폭리 행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르데스크가 직접 서울의 금 거래 메카로 불리는 종로3가 귀금속 거리를 찾았을 때도 대부분의 매장이 현재 금 시세보다 모두 높은 가격으로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한국표준금거래소 기준 순금 1돈(3.75g)의 구매가는 59만6000원(부과세 포함)이다. 그러나 이날 종로3가에 위치한 A금은방에선 1돈 골드바가 현금가 61만8000원, 카드가 67만90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B금은방도 현금가 62만5000원, 카드가 68만7500원의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C금은방은 현금가 65만원, 카드가 73만4500원에 1돈짜리 골드바를 판매 중이었다. 해당 가게 주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현재 없어서 못 파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가격적인 메리트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리 금 재고 물량을 확보해 놓지 못한 상인들은 이러한 가격 책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근수 씨(56·남)는 “요 근래 골드바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우리 가게는 재고가 없어 팔지 못하고 있다”며 “골드바 재고 물량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옆 가게는 이번 달 들어 골드바로만 몇 개월 매출을 이미 다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공격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주식이나 비트코인보다 골드바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 분위기가 팽배해 당분간 금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품귀 현상을 노린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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