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위공직자 중 일부는 서울시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회원권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의 기본 덕목 중 ‘청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정서 상 인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특급 호텔 회원권은 소유사실 자체만으로 대중의 따가운 눈총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급 호텔 회원권은 대부분 소수 정예로 운영돼 ‘그들만의 사교모임’ 성격도 지니고 있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권영세·윤상현·김은혜·안상훈, 2억원 육박 반얀트리 회원권 소유
정부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인 명의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 회원권의 평가액은 약 1억9000만원이다. 반얀트리는 장충동에 위치한 5성급 호텔로 국내 최고 럭셔리 호텔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숙소 가격은 호텔 객실 종류와 예약 날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박 당 최소 40만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마저도 회원제로 운영된다. 같은당 윤상현·김은혜·안상훈도 반얀트리 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 의원은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배제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며 당선에 공을 세웠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다. 권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용산구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을 거머쥐었다. 권 의원은 비상계엄 및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한동훈 전 당대표가 물러난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됐다.
같은 당 신동욱·서명옥 의원은 각각 본인 명의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 피트니스’ 회원권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피트니스’ 회원권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호텔은 모두 5성급 호텔로 신 의원과 서 의원이 보유한 회원권의 평가액은 각각 약 9500만원, 6400만원 등이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장충동 신라호텔과 함께 부유층들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하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은 코엑스몰과 연결돼 있어 쇼핑센터,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해 ‘호캉스’ 명소로 꼽힌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인 신 의원 1967년 경북 상주에서 출신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1992년 SBS 사회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SBS 보도본부 정치부 부장 ▲TV조선 보도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을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서 의원은 의료인 출신 정치인으로 1960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2008년 강남구 보건소장으로 약 10년 간 재임했다. 서 의원은 지난 총선 서울 강남구갑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3월 기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 명의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 피트니스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 해당 회원권의 평가액은 약 1억2000만원이다. 광화문에 위치한 5성급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세계적인 호텔·리조트 그룹 포시즌스의 첫 한국 지점이다. 철저한 보안과 고객 사생활 관리 덕에 유명 기업인이나 내한 스타들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8월에는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미국 유명 래퍼 칸예 웨스트가 5박6일 동안 묵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 마돈나, 빌 게이츠 등도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대전광역시에서 태어난 이 의원은 송곡여고와 삼육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1991년 연세의료원(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사해 간호사로 일했다. 그는 연세의료원 근무 시절 노조 대의원으로 참여하면서 노동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연세의료원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 등을 거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에 경기 성남시 중원구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조선·신라·JW메리어트 등 5성급 호텔 회원권 보유한 고위공직자들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직자들 중에서도 5성급 호텔 회원권을 보유한 이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3월 기준 한덕수 국무총리는 본인 명의로 웨스틴 조선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회원권의 평가액은 약 2600만원이다. 웨스틴 조선 호텔은 이마트 산하 호텔 및 리조트 운영 기업인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호텔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준공된 역사 깊은 건물이 특징이다. 웨스틴 조선 호텔은 서울시 중구와 부산 해운대구에 지점을 두고 있어 피트니스 회원권 취득 시 어느 곳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9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난 한 총리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거쳐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특허청장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재정경제부장관 등의 요직을 거치며 지난 2022년 제 48대 대한민국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최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야당에 의해 탄핵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76년 헌정사상 사상 최어의 일이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강인선 외교부 2차관도 본인 명의로 각각 8000만원 상당의 신라호텔 헬스 회원권과 약 7500만원 가량의 JW메리어트호텔 마르퀴스 피트니스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 신라호텔은 삼성그룹 산하 호텔로 서울 중구와 제주 서귀포 각각 한 곳씩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 신라호텔은 호텔 내에 ▲아리아께(일식) ▲라연(한정식) ▲팔선(중식) ▲콘티넨탈(양식) 등 식음업장 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 JW메리어트호텔은 세계적인 호텔경영 기업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5성급 호텔로 국내에는 서울 반포와 동대문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다.
기자 출신 정치인인 정 비서실장은 1960년 충남 공주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후 1985년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했다. 정 비서실장의 아버지는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이다. 정 비서실장은 지난 2000년 정계에 뛰어든 후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강 차관 역시 언론인 출신 정무직 공무원이다. 강 차관은 1990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여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1990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강 차관은 2021년까지 조선일보에서 근무하다 2022년 윤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신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과 해외홍보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1월 외교부 2차관에 임명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5성급 이상의 특급 호텔의 회원권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수 회원제로 운영돼 돈이 있어도 회원 자격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고위공직자들의 보수는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소위 특급호텔의 VIP라 불리며 호텔을 드나드는 고위 공직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따가운 시선이 늘어날수록 공직이나 정치 행보에 불리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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