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로고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024년 들어서만 람보르기니, 르노코리아, 재규어, 혼다, 마쓰다가 잇따라 로고 변경을 발표하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 변화를 넘어 기업의 전략적 전환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변경된 로고의 공통점은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람보르기니는 20년 만에 상징적인 성난 황소 로고의 3D 요소를 제거하고 명암 없이 뚜렷한 선으로 단순화된 방패 모양을 선보였다. 람보르기니는 이 같은 변화가 전기차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혼다는 43년 만에 H마크의 뾰족한 테두리를 없앤 전기차 전용 로고를 공개했으며, 르노코리아는 4월 24년간 사용해온 태풍의 눈 로고를 버리고 본사의 마름모꼴 로고로 교체했다. 마쓰다 역시 8월 더 평평하고 각진 평면 로고를 상표 등록했다.
특히 재규어는 11월, 1957년 이후 처음으로 로고에서 재규어 형상을 완전히 제거하고 독특한 글꼴을 사용한 미니멀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재규어는 올해 6월 내연기관 생산을 종료하며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지목된다. 디지털 환경 변화와 전기차 전환 등이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이 브랜드와 소비자의 첫 접점이었다면 이제는 모바일 화면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입체감과 메탈릭한 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던 방식(스큐어모피즘)에서 벗어나, 작은 화면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2D 디자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도 로고 변경을 앞당겼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이미지를 벗고 전기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아와 르노 코리아가 사명에 ‘자동차’를 떼어내고 로고 교체를 발표한 것이나, 재규어가 67년 만에 과감하게 맹수 로고를 버린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로고 교체는 기업의 근본적인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람보르기니는 새 로고 발표와 함께 전기차 전략을 발표했고, 재규어는 2024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을 완전히 단종하겠다고 선언했다. 혼다 역시 새로운 로고를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자동차 기업들은 로고 교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리브랜딩의 성과는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로고 변경은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전략을 보여주는 시각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과 디지털 환경 적응이라는 더 큰 변화의 일부다. 기업들은 새로운 로고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알리고 실제 사업 전략으로 구체화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의 로고는 차의 얼굴과 같아서 디지털 전환이나 전기차 시대로의 변화를 반영하되 브랜드의 근본적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급차 브랜드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문장(크레스트) 로고를 고수하는 것은 첨단 이미지보다 브랜드의 정통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며 “결국 로고 교체는 시대 변화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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