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엄숙했던 클래식이 변화하고 있다. SNS에서는 모차르트의 미공개 악보 발견 소식이 신곡 발표 드립으로 화제를 모으고, 공연장에서는 티켓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새로운 클래식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청년 세대에게 클래식은 이제 어려운 교양이 아니라 하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은 조성진과 임윤찬 등 국내 아티스트들의 세계적인 약진이었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스타의 반열에 올라 공연마다 매진시키는 강력한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조성진과 정명훈 지휘자가 협연한 도쿄 필하모닉 공연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매진됐으며, 임윤찬과 서울시향의 협연 티켓은 150만 원짜리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SNS의 인플루언서들도 클래식 대중화에 가세했다. 유튜브 채널 ‘클래식좀들어라’는 위트있는 제목으로 청년세대의 관심을 받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패러디한 ‘걍 살면 되지 않을까’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 SNS 글은 19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약속이 취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클래식, ▲수도권 대설주의보 출근길 클래식 등 일상의 공감대를 클래식과 결합한 플레이스트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탱로그’는 공연장 빌런 10가지 유형 등과 작곡가를 소개하는 ▲바흐흑 ▲드뷔시 가스라이팅 등 유머러스함을 강조하는 영상 콘텐츠로 조회수 62만회 이상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1분 클래식’은 1분안에 짧지만 깊이 있는 설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감동과 흥미를 부각시켜 호응을 얻었다. ‘요룰레히’는 쿠팡에서 구입한 첼로를 연주하는 등의 유쾌한 컨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클래식을 다루는 인플루언서들은 밈과 유머로 재해석해 클래식 음악을 젊은 층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1분 클래식’이 주최한 렉처 콘서트는 티켓 오픈 하루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유튜버들의 인기는 오프라인 공연장까지 이어진 것이다.
클래식이 K-POP과 만나며 더욱 친숙해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레드벨벳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Feel My Rhythm’으로 히트했고, 블랙핑크는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활용해 ‘Shut Down’을 선보였다. (여자)아이들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차용한 ‘Nxde’로 화제를 모았다. SM엔터테인먼트와 서울시향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향이 연주한 SM 히트곡들은 유튜브에서 22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클래식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는 전석 1분 만에 매진됐고, 광화문 광장의 야외 오페라 ‘카르멘’은 1200석을 채웠다. 서울시향의 파크 콘서트도 인파로 가득했다. 히사이시 조의 필름콘서트는 20대 예매율이 50%를 기록했으며,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젊은 층의 데이트 코스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클래식 공연 티켓 판매액은 1000억 원을 돌파하며 47%의 성장을 기록했다.
배경에는 청년세대의 문화 소비 방식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 세대가 클래식을 교양이나 고급문화로 여겼다면, 청년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SNS에서 시작된 밈 문화는 클래식을 어렵지 않은 장르로 만들었다. 여기에 K-pop과의 활발한 교류는 친숙도를 높여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김은수(27·여)씨는 “SNS에서 클래식 콘텐츠를 가볍게 즐기다가 흥미가 생겨 직접 공연장을 찾아갔다”며 “영상으로만 보던 악기와 조율, 연주하는 과정을 실제로 감상하게 되니 재미가 배가 됐다”고 말했다.
김헌식 중원대학교 특임교수는 “청년세대는 격식과 형식에 상관없이 자기의 취향을 찾아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있다”며 “SNS에서 밈과 일상적인 콘텐츠로 소비되며 엄숙주의나 경건함 대신 재미있고 경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화가 됐다”고 분석했다.
변유열 현대음악 작곡가는 “클래식 콘텐츠는 스토리텔링과 밈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문화적 놀이와 소통 방식이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래식 음악의 현대적 재해석과 확장을 촉진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문화로 발전할 가능성을 생겼다”며 “다양한 형태의 클래식 공연과 모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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