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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를 잡아라’ 애니 · 예술영화까지, 장르특화 OTT 전성시대
‘덕후를 잡아라’ 애니 · 예술영화까지, 장르특화 OTT 전성시대
[사진=Freepik]

대중을 위한 ‘콘텐츠’ 대신 소수의 취향을 겨냥한 ‘전문 콘텐츠’를 선택하는 OTT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소비 패턴이 대중성에서 개별적 취향으로 변화하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양면적 소비자 앰비슈머의 소비 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의 트렌드가 전체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는 저물고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하는 ‘마이크로 마켓’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OTT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모든 이용자를 아우르던 기존의 콘텐츠 제작 전략에서 벗어나 특정 이용자층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버티컬 OTT 플랫폼들이 주목받고 있다. 라프텔(애니메이션), 헤븐리(BL), 콜렉티오(예술영화), 모아(중화권 콘텐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플랫폼은 특정 장르의 핵심 팬층을 확보해 대형 플랫폼과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 르데스크


일본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OTT 플랫폼 라프텔은 국내 토종 OTT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틈새시장 공략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애니플러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라프텔의 지난해 매출은 2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 3사가 약 24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라프텔은 일본에서 출시되는 신작 애니메이션의 90% 이상을 독점 방영하며, 타 OTT에서는 찾기 힘든 구작도 서비스해 애니메이션 팬들의 충성도를 확보했다. 또한 판권 만료 시점을 사전 공지하고 ‘소장 구매’ 기능을 제공하는 등 시청자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주효했다. 유료방송 채널 애니플러스를 최대 주주로 둔 점도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의 기반이 됐다.

 

2021년 론칭한 헤븐리는 BL과 LGBTQ 장르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태국, 대만, 일본 등 BL 강국의 드라마를 대거 확보했다. 태국 GMMTV와 도문디 등 주요 제작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독점 작품을 선보이며 BL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헤븐리는 큐브 시스템을 도입해 1큐브당 250원으로 작품의 길이와 신작 여부에 따라 차등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예술영화 전문 OTT ‘콜렉티오’는 클래식부터 현대 예술영화까지 독점 라인업을 구축하며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로베르 브레송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보유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요금제는 월간 9900원, 연간 9만2400원으로 제공되며, 연간 요금제는 2대 동시 시청과 스마트TV 연결을 지원한다.

 

▲ 콜렉티오, 모아 등은 과감히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사진은 예술영화 전문 OTT 콜렉티오(왼쪽)와 중화권 전문 OTT 모아.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중화권 콘텐츠에 특화된 모아는 최신 중국 드라마와 8090년대 홍콩 영화를 제공하며 중화권 팬층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패스트 트랙’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모아는 세 가지 멤버십으로 이용자층을 세분화했으며, 2주년 프로모션을 통해 연간 이용권에 최대 33.5%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장르 특화 OTT의 성공 사례는 해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 OTT ‘크런치롤’은 유료 구독자 1500만 명, 무료 가입자 1억 2000만 명을 확보하며 글로벌 애니메이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영화 전문 OTT ‘무비’는 매일 한 편의 예술영화를 올리고 30일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84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공포·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셔더’는 호러 마니아층을 겨냥해 성공을 거두었다.

 

마이크로 트렌드의 부상은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소비가 얼마나 세분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중성을 넘어서 명확한 정체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수요 공략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장르 특화 OTT는 차별화와 세분화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특정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니치 마켓 전략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대형 OTT들이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를 제공해 특정 장르 팬층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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