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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사람이야”…‘환경보호 · 공정무역’ 브랜드에 지갑 연다
“나 이런 사람이야”…‘환경보호 · 공정무역’ 브랜드에 지갑 연다
[사진=cora-pursley-dupe]

청년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며, 단순한 가격을 넘어 ‘가치’를 소비하는 새로운 구매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를 통해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가치소비를 표방하는 제품들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동구밭 비누(120g)는 9,500원으로, 일반 비누(100g) 2,200원 대비 3.6배 비싸며, 토니스 초콜릿(180g)은 8,900원으로 일반 초콜릿(100g) 3,600원에 비해 1.37배 비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9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기준으로 기업에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은 소비자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소비 사례는 SNS를 중심으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119레오의 REO는 소방관 지원이라는 가치를 내세운 브랜드로, ‘Rescue Each Other(서로 구하자)’를 슬로건으로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든다. 판매 수익의 50%는 암 투병 소방관 및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소방관 지원에 사용된다. 이러한 가치는 SNS를 통해 화제를 모았으며, REO는 2019년 매출 1억6000만 원에서 2020년 5억9000만 원으로 급성장했다. 

 

▲ SNS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하는 등 제품의 가격을 넘어 ‘가치’를 소비하는 새로운 구매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소비자들이 직접 홍보에 나선 SNS 사례들. [사진=X 갈무리]

 

발달장애인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는 동구밭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일상을 만들고 있다. 월 매출 목표를 초과할 때마다 발달장애인을 추가 채용해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발달장애인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가치와 천연 원료를 활용한 제품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구밭은 2017년 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20년 55억 원, 2022년에는 130억 원으로 성장했다.

 

환경 보호를 추구하는 프라이탁은 폐트럭 방수천, B급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내부 튜브 등을 재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든다. 2023년 기준 약 50만 개의 제품을 생산하며, 연말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는 판매를 중단하고 소비자 간 제품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다. 2023년 매출은 약 2310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에 달했으며, 국내에서도 홍대 매장에 긴 대기줄이 형성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물실험 반대를 고수하는 러쉬는 2002년 한국 진출 당시부터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원료만을 사용해왔다. 동물실험이 필수적인 중국 시장 진출도 포기하며 가치 소비를 앞세운 러쉬는 2020년 827억 원, 2021년 1018억 원, 2022년 123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공정무역을 강조하는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토니스 초코론리는 아동 노동 없는 초콜릿 생산을 목표로 하며, 네덜란드 지속가능 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2015년 연간 2000만 개였던 초콜릿 바 판매량은 2022년 4600만 개로 증가했으며, 2023년 매출은 1억 5000만 유로(한화 약 2115억 원)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

 

가치소비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한다. SNS 인증 문화를 통해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또래와 공유하며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형성한다. 또한, 소비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했다’는 만족감을 얻으며, 프리미엄 가격을 기부나 사회공헌으로 인식해 긍정적인 심리적 보상을 경험한다.

 

박성준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용을 넘어 사회적 기여라는 무형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 기업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는 믿음은 마치 파노플리 효과처럼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박 교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청년세대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여유가 생겼다”며, “앞으로 가치소비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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