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 사이에서 ‘겨울 촌캉스’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문화로 대표되던 젊은 세대의 취향이 이제는 여행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호텔이나 펜션 대신 시골 할머니 집과 같은 소박한 공간에서 겨울을 색다르게 즐기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블랙키위의 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들어 ‘겨울 촌캉스’ 관련 검색량이 전월 대비 30.72% 증가했다. 특히 ‘촌캉스 조끼’ 검색량은 75.87% 급증해 젊은층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러한 현상은 여름부터 이어져 온 트렌드로,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23만 건의 소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험’, ‘숨겨진’, ‘로컬’이라는 키워드의 언급량이 전년 대비 각각 164%, 189%,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났다. 최근 4년간 온라인상 농촌 공간 관련 언급 159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농촌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찾는 주요 키워드는 ‘촌캉스’였다.
이들에게 시골은 관광지이자 하나의 콘텐츠다. ‘할매 패션’은 청년세대의 새로운 감성 코드가 됐다. 꽃무늬 바지와 조끼는 시골 의복이 아닌 힙한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된다. SNS에서 겨울 촌캉스는 시골 구들장 방바닥에 앉아 귤을 까먹거나, 눈 쌓인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핫초코를 즐기는 모습,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모습 등으로 눈길을 끈다.
경제적인 면도 촌캉스의 강점이다. 2인 기준 3만원대, 최대 8인 기준 8만원대의 저렴한 숙박비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호텔이나 리조트의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청년세대는 SNS 인증을 위해 시골 생활을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맑은 밤하늘의 별자리 관찰, 모닥불을 피워놓고 즐기는 ‘불멍’, 장작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는 등 낭만적 요소들을 선별적으로 골라 즐긴다. 이들에게 농촌은 자연을 만끽하는 진정성 있는 경험이자 동시에 도시인의 시선으로 골라 소비하는 대상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러한 양면성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불편할 수 있는 시골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청년세대의 성향이 촌캉스라는 여행 문화를 만들어냈고, SNS를 통한 경험 공유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등장했다. 귀농이나 귀촌이 아닌 도시에서 살면서 시골여행, 한 달 살기 등으로 시골의 여유와 생활방식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바쁜 도시생활과 끊임없는 온라인 접속에 지친 MZ세대들이 디지털 디톡스와 슬로우 라이프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촌캉스에 매력을 느낀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호캉스, 해외여행을 경험한 도시의 젊은층에게 농촌은 낯선 경험이라는 매력을 지닌다”며 “시골의 친환경적이고 자연 그대로의 멋과 할머니 품 같은 힐링의 느낌을 받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는 일종의 연출로, 청년들이 농촌의 불편한 면은 배제하고 독특한 매력만을 선별적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이 경험이 농촌 관광의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의 촌캉스 트렌드는 농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고령화의 상징이었던 농촌이 청년세대의 촌캉스에 힘입어 힐링과 쉼의 공간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이에 농정원은 청년들의 여행 트렌드에 발맞춰 촌캉스를 위한 소개 영상을 제작하는 등 도시 청년들과 농촌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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