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1번 버스노선에는 겨울철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눈(snow)멍’ 명소가 있다. 양천구 신월동부터 성동구 하왕십리동을 종점으로 하는 이 버스는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눈멍 명소를 지나간다. 세간에 비교적 덜 알려진 낭만 가득한 장소가 여럿 있다.
도심 속 자연 만끽 ‘다산 성곽 도서관’…“눈 덮힌 한양 성곽 풍경 감상”
6211번 타고 ‘송도병원’ 정거장에 하차한 후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다산 성곽 도서관’에 방문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다산공영주차장 지상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성곽 도서관’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곽 모양처럼 지어진 공공 도서관이다.
서울특별시 중구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책에 진심인 자치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곳이다. 다산 성곽 도서관에선 강남구나 서초구 등 다른 지역구와 달리 10권의 책을 빌릴 수 있고, 비교적 늦은 시간인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다산 성곽 도서관은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도심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도서관 소개처럼 한양 성곽의 아름다움과 실내 정원의 싱그러움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다산 성곽 도서관에 도착해서 아래를 바라보면 좁은 골목길을 가득 채운 집들과 반듯하면서 꽉 찬 현대 도심의 모습들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다만 이곳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도서관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2층은 안내데스크와 일반자료실, 실내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왼쪽으로는 싱싱한 식물로 꾸며진 ‘실내정원’이, 오른쪽으로는 ‘긴 원형 책장’을 볼 수 있다. 원형 책장의 경우 공영주차장의 둥근 곡선을 살려 만들어진 모습이다.
원형 책장을 따라 1층으로 이동하면 한양성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창과 다양한 형태의 자유로운 열람석이 특징이다. 아이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마루 형태의 좌석도 마련돼 있다. 또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3층은 1층과 달리 정형화된 도서관 좌석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도 통창이 마련돼 있어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엔 충분하다.
주민 김수현 씨(55·여)는 “평소 책을 읽으러 자주 오는데 오늘은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왔다”며 “책을 읽으면서 보다보니 훨씬 낭만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비록 춥지만 더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성곽길에서 보면 된다”며 또 다른 눈멍 명소를 공개하기도 했다.
1만원에 책·커피까지 즐기며 ‘눈멍’ 즐길 수 있는 ‘북파크라운지’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블루스퀘어에도 눈멍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1만원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로 붐빈다. 서울 시내임에도 마치 도심과 동 떨어진 듯한 곳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6211번 버스를 타고 ‘서울시중부기술원. 블루스퀘어’ 정거장 하차 후 도보로 5분 이동하면 블루스퀘어에 도착한다. 블루스퀘어 2~3층에는 눈멍도 하며 책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북파크라운지’가 있다.
이곳은 손님이 상대적으로 덜한 평일에는 무제한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뮤지컬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두 시간 단위로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는 책 3000권을 즐길 수 있다.
2층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는 쇼파, 테이블, 1인 좌석 등 다양한 형태의 편안한 좌석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깥을 볼 수 있는 테이블석이며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은 계단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창문 근처에 위치한 다른 좌석과 달리 테이블석은 통창이 있어 이곳에 앉을 경우 바깥을 바라보기에 제격이며 남산에 내리는 눈을 보기에도 용이하다. 책을 보기 위해서 이곳에 방문했다가도 눈을 보기 위해서 테이블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서아 씨(29·여)는 “며칠 전부터 오려고 계획했던 곳인데 아침부터 눈이 많이 와서 출발 전에는 갈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가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막상 와보니까 여유롭고 조용한 분위기라 너무 좋았다”며 “눈이 펑펑 올 때부터 이곳에 있었는데, 정말 겨울 왕국에 온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서 올해는 첫 눈에 대한 기억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야경 명소로 유명한 ’노들섬’…낭만을 즐기며 눈멍하기 제격
지난 2019년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노들섬을 새로운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많은 차들이 바쁘게 달리고 있는 한강대교 아래 한적한 인공섬 노들섬에서 자연과 낭만을 즐기며 눈멍을 할 수 있는 명소가 있다.
6211번 버스를 타고 ‘노들섬’ 정거장에 하차 후 약 2분 정도 이동하면 ‘노들섬 노들서가’에 방문할 수 있다. 2층으로 만들어진 노들서가는 1층 전시형 서점과 2층 집필실, 카페 등으로 활용되도록 공간이 구성돼 있다.
2층 카페를 제외한 공간에는 반려동물도 출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들을 데리고 방문한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층에 위치한 전시형 서점에는 스토리텔링형 매대가 있으며 는 게 특징이다. 이곳은 모든 큐레이션 도서마다 한 권씩 열람용 도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참여형 전시도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현재는 ‘아트스페이스 엣지’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1층과 2층 모두 통창을 바라보는 형태로 좌석을 마련해둬 눈 오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1층과 2층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다르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층의 경우 노들섬과 연결돼 있어 한정된 풍경만 바라볼 수 있었다면 2층에서는 멀리 한강까지 볼 수 있었다.
이유진 씨(24·남)는 “첫 눈이 온다고 하길래 여자친구와 급하게 약속을 잡아서 방문하게 됐다”며 “지난 달 이곳에서 단풍 데이트를 했었던 기억이 좋았기도 하고 눈 오는 모습이 궁금해 방문하게 됐는데, 도착하니까 눈이 그쳐 아쉽게 펑펑 눈 내리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눈이 쌓인 모습을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봄 씨(25·여)도 “사실 노들섬과 이어져 있는 1층에서 보고 싶었는데,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자리가 없어서 2층으로 올라왔다”며 “2층에서 보는 바깥 풍경도 제법 마음에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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