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전부를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도박이 성공하면서 그의 말 한마디가 세계 투자시장을 흔들어 놓는 ‘폭탄’처럼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머스크를 정부 효율화 수장으로 지목하는 등 그에게 정치권력을 부여하자 세계 투자자들은 모두 머스크의 ‘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머스크의 발언에 의해 미국은 물론 국내 투자 시장까지 등락폭은 대폭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머스크가 권력을 쟁취하면서 글로벌 투자 불확실성이 더욱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 소셜미디어(SNS) X(과거 트위터)에서 직설적인 언행을 되풀이했던 머스크가 정치에 있어서도 본인의 스타일을 계속 고수하면서 돌출 행동에 따른 리스크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 시점 세계 최고 ‘빅마우스’ 거듭 난 일론 머스크…잦은 돌발 행동에 투자 시장 교란 우려
25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과거 트위터) 계정에 미 국방부가 제작한 5세대 전투기 F-35 전투기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개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유인 전투기는 드론 시대에 쓸모가 없고 조종사를 죽이기만 할 뿐이다”며 “F-35는 비싸고 복잡하지만 어느 것도 뛰어난 것이 없는 기체에 불과하다” 등 미 국방부의 예산 낭비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머스크는 전날에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중국 드론이 동시에 작동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F-35는 세계 최대 방산업체 미국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다. 현재 미 국방부를 비롯해 한국과 영국,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다양한 국가들에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기로 한 머스크가 미 국방부의 예산 낭비를 강력하게 비판하자 방산 업계의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록히드 마틴은 4% 가량 급락했다. 더해 오늘(26일) 국내 방산주는 더 큰 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30분 기준 국내 대표적인 방산주로 꼽히는 현대로템은 전일 대비 13% 하락하고 있다. 이어 같은 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31%) ▲풍산(-9.71%) ▲한화시스템(-9.66%) ▲LIG넥스원(-9.19%) 등도 10% 안팎의 주가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크게 상승한 기업들도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이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 X의 시험 비행에 트럼프가 직접 참관하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참관은 영광이다”며 “우주 사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을 중심으로 우주 사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국내 우주·항공주들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스페이스X에 장비를 공급중인 국내 금속 제조업체 에이치브이엠은 7% 넘게 상승했다. 이어 스페이스X에 우주 발사체 특수 소재를 납품하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와 국내 유일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 업체인 쎄트렉아이 등도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에 서 있는 머스크의 존재만으로도 투자 불안정성이 심각한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불과 3년 전 본인이 직접 제작·발행한 도지코인의 가격 상승을 위해 개인 투자를 유도하는 발언을 일삼았던 머스크가 자본력에 이어 권력까지 쥐게 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졌다는 설명이다.
2021년 5월 당시 머스크는 X(과거 트위터)에 도지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트윗을 여러 번 올리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심지어 자신의 프로필을 도지코인 로고로 변경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도지코인은 1700% 이상 오르며 최고점 889원을 기록했다. 당시 도지코인의 하루 거래량은 코스피 전체 거래량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돌출 행동이 과도하게 많은 머스크가 부에 이어 정치적 권력까지 얻게 되면서 투자 시장의 질서가 교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테슬라·도지코인 등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일삼았던 머스크에게 권력의 칼이 주어진 것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날아준 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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