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리스크’ 외로운 속앓이 동원그룹, 트럼프 시대 나홀로 웃는다
‘바이든 리스크’ 외로운 속앓이 동원그룹, 트럼프 시대 나홀로 웃는다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동원그룹 만큼은 의외의 반전 기회를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사업인 원양업 및 수산물 가공업에 있어 상당한 호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중국 불법 어선에 대한 강력 조치와 바이든정부 어업 관련 규제 완화를 시사해 왔다.

 

‘불법 중국 어선 강경대응’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참치캔 1위’ 동원그룹 앞날 화창

 

동원그룹 주력 계열사 동원산업은 2008년 델몬트로부터 미국 참치캔 1위 업체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당시 동원그룹의 스타키스트 인수 결정은 ‘신의 한수’라 불릴 정도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일찌감치 스타키스트는 46%에 달하는 미국 참치캔 시장 점유율에 탄탄한 실적까지 보유한 내실 있는 기업으로 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듯 스타키스트는 동원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엔 매출액 1조784억원, 당기순이익 1204억원 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이든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서서히 실적이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엔 순이익이 60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바이든정부 출범 직전에 비해 정확히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스타키스트의 실적 하락의 결정적 이유로는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중국 어선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안일한 대처가 지목됐다. 스타키스트는 미국령 사모아 해안에서 활동하는 어선으로부터 참치를 공급받는데 불법 중국 어선 때문에 어획량이 줄면서 참치 납품가가 상승한 것이다. 통상 제품원가 상승은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된다. 

 

▲ 동원산업은 미국 참치캔 기업 스타키스트를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 전경 [사진=스타키스트]

 

실제로 바이든정부 출범 후부터 스타키스트 참치 공급 어선들의 주요 어장인 미국령 사모아 해안에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중국 어선들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정부 출범 직전인 2019년 미국령 사모아 불법 어업 위험 지수는 2.26점인 반면 지난해엔 2.29점으로 상승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불법 어업이 성행하는 것이며 지난해 글로벌 평균 불법 어헙 위험 지수는 2.28이다. 중국 불법 어선이 많이 침범하는 우리나라 어장의 불법 어업 위험 지수 역시 지난해 2.76점으로 평균을 한참 웃돌았다.

 

그 결과 사모아 해안에서 활동하던 어선들의 어획량은 크게 줄었다. 서태평양 지역 어업 관리 협의회에 따르면 미국 사모아 선단의 지난 2007년 5000톤에 달했던 미국 사모아 선단의 날개다랑어 어획량이 지난해에는 300톤(1000마리) 정도까지 급감햇다. 어획량이 줄면서 50척 이상이었던 선박 숫자 또한 27척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불법 어업 행위를 벌이는 중국 국적 선박은 과거 100척 가량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엔 540척까지 증가했다.

 

미국 원양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원양업은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절부터 불법 중국 어선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시절인 2017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을 통해 해산물 수입 모니터링 프로그램(SIMP)을 시행해 불법 어업 행위로 잡은 해산물 유통을 원천 차단시켰다. 또 불법 어업 행위 근절을 위해 알레스카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해안 지역에 3억달러(한화 약 4204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불법 어업 행위와 관련된 중국의 주요 인물에 대한 비자를 취소시키기도 했다. 

 

▲ 태평양에서 대규모 불법 어업중인 중국 어선들. [사진=국립해사재단]

 

미국 원양어업 관계자는 “트럼프는 자국민과 자원이 침해당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고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심한 인물이다”며 “덕분에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 행위가 크게 감소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정부 내내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 행위에 대한 조치가 미흡해 원양업계의 고민이 컸는데 이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계기로 원양업을 비롯한 유관 산업도 다시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태평양 보호구역 확장’ 리스크에 몸살 앓던 사모아 지역민들, 트럼프 당선에 반색

 

동원그룹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호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바이든정부가 추진하던 태평양 해양 보호구역 확장 정책 역시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무효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정부가 추진한 보호구역 확장 정책은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태평양의 무인도 주변 보호구역을 두 배로 늘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정책이 시행될 경우 스타키스트 참치 공급 어선들은 주요 어장인 미국령 사모아 해안을 잃게 된다.

 

스타키스트 입장에선 원재료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앞서 미국 현지에선 정책 시행 시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하와이에서 열린 태평양 보호구역 확장 공청회에서 미국령 사모아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 당시 집회에 참석한 이들 중 상당수가 스타키스트 공장 직원으로 알려졌다. 미국령 사모아 인구 5만명 중 5000명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중 3100명이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 바이든정부 태평양 보호구역 확장에 반대하는 미국령 사모아 주민들. [사진=Benar]

 

지난해 ‘나는 스타키스트 근로자고 보호구역 확장을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엘레아살 에일 씨는 “스타키스트에서 일하면서 7명의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데 바이든정부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까지 내몰렸었다”며 “그들은 통조림 노동자들을 죽이려 했다”고 성토했다.

 

스타키스트 또한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기 지난 4년간 매년 24만달러(약 3억3000만원)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3분기까지 사용한 로비 예산(18만달러, 약 2억5000만원) 집행 추이를 봤을 때, 전체 집행 금액은 전년과 동일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원양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정부의 태평양 보호구역 확장 정책이 해결된 것만 해도 스타키스트는 가장 큰 리스크를 제거한 것과 다름없다”며 “불법 어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은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하겠지만 트럼프 1기 시절을 보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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