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보니 수출∙통상, 에너지, 첨단 산업, 금융 시장 등 국내 경제 전방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 했던 분야에서 호재를 맛볼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권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방산·건설·원자력…2025 트럼프 당선이 당신의 돈을 몰고 올 투자처
트럼프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조선업이 최대 수혜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보안에 까다로운 미 해군이 군함의 수리와 정비를 맡길 정도로 국내 조선업체에 맡길 정도로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조선업은 높은 인건비와 설비 노후화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방산 조선업의 경우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전함 보유대수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경쟁국인 중국보다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근시일 내에 미국의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건조 역량이 뛰어난 동맹국인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녹색 친환경 정책을 주도한 바이든 정부와 달리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17년 대통령 취임 당시 ‘원전 부활’을 주장했던 만큼 원전으로 다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LNG 수출 규제 완화를 내걸었던 만큼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제가 약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임기 동안 화석 연료 산업을 강력히 지지했다. 재임 기간 동안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함께 석유, 천연가스, 석탄 산업 규제를 완화하며 에너지 산업을 성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내 에너지 관련 기업, 특히 셰일 가스 및 석유 채굴 기업들이 다시 한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약화할 경우,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산업 내 전통적 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기업 간의 수익성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금융주와 대형 기술주의 성장도 점쳐진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도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주와 대형 기술주가 성장한 만큼 단기적인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IT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주 투자 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주도 트럼프 당선 이후 수혜주로 거론된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첨단 무기 개발과 군사력 현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놓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첨단 전투기, 미사일 방어 시스템, 무인 드론, 사이버 보안 관련 기술을 보유한 방산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임기 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끝내겠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신규 수주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에서 무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방산 산업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국방장관 자리에 예비역 소령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에 지명하며 “평생을 군대와 조국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며,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군은 다시 위대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국방부와 반복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4년의 임기동안 6명의 국방장관을 교체하며 불안정한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헤그세는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적극 동조했던 인물로, 해외 미군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세계 각국의 국방 예산 증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가성비 높은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한국 방산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 주장하는 트럼프…신중한 투자 필요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원금 세제 혜택을 받는 대가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각각 450억 달러(한화 약 62조7700억원), 38억7000만 달러(한화 약 5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일명 칩스법)’ 축소할 경우 9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반도체 지원법을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반도체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데, 관세가 높아지면 관련 산업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치 원로 중 한 명인 허친슨 전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칩스법에 따른 계약과 자금 지원이 상당 부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는 반도체 산업의 일자리를 저해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춰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 왔던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IRA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은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공언한 관세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독자적으로 이미 제정된 법안들을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부문에서는 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미국 내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이득을 보는 문제에서는 충분히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이든과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아무래도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위기인 상황은 맞다”며 “다만 생각지도 못한 사업에서 호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투자라고 하는 게 늘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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