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다소 과격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보이콧을 넘어 트럭 시위, 대자보와 욕설이 적힌 포스터 등까지 동원되고 교수들의 출근길마저 방해하는 등 과격한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이를 바라보는 외부에선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여대를 다니는 타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동덕여대 사태로 인해 여대생들이 취업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일 동덕여대가 학교 발전 수립 계획 중 하나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교내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붉은 스프레이를 이용해 학교 곳곳에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학생 안전 무시 마라’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심지어는 ‘X뱅이 쳐라’, ‘X먹어라’ 등의 욕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동대여대 설립자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에도 빨간색, 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졌다. 계란과 케첩,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범벅이 되기도 했다.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와 포스터도 곳곳에 게시됐다. 정문 초입 주차장은 책걸상이 어지럽게 뒤엉켜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졸업생들도 시위에 참석해 교정으로 트럭을 보낸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정상적으로 대면수업을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동덕여대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강의를 실시간 화상 수업이나 녹화 강의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좁은 여대 졸업생 취업 시장…“앞으로 취업은 어떡하죠?”
실제로 많은 여대생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채용시장의 문이 더 좁아 질 것 같다며 우려하고 있다. 여대 졸업생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좋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과격한 방식은 본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대생들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덕여대 졸업생 송은혜 씨(32·여·가명)는 “동덕여대 졸업생으로서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속상하지만 이와 별개로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다소 과격하게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송 씨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과격한 모습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회사 인사 담당자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생각보다 여대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분명 불리한 일을 겪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번 겨울 졸업을 황진영 씨(27·여)는 “페미니스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대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페미를 한다’는 오해를 종종 받기도 했다”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여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황 씨는 “나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쉽지 않다”며 “물론 내가 여대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취직이 어려운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동덕여대 사태를 보니까 여대생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빠져 내년 상반기에는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대생 김소정 씨(20·여)는 “작년에 원서를 쓸 때 담임선생님과 부모님 모두 여대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다른 학교에 지원하는 것을 추천하셨지만, 내 고집대로 여대를 오게 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지원 가능한 학교 중 이대가 가장 좋은 학교였고,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됐을 때 다른 학교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서 지원했다”며 “현재 동덕여대 사태를 보니 취업시장에서 여대 졸업생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고 말했다.
익명의 기업 인사 담당자는 “평소에도 여대생을 잘 뽑지 않는데, 이번 동덕여대 사태를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데리고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앞으로 여대생을 채용할 계획이 없다”며 “만약 이들을 채용했는데 자기들한테 불리한 일을 맡기면 어떻게 나올지 안 봐도 뻔하기 때문에 애초에 서류부터 제외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소 과격한 형태의 동덕여대생들의 시위를 본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여대에 보낼 바에는 재수를 시키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다른 여대의 이미지 때문이라도 여대보다는 공학에 보내고 싶다는 입장이다.
최성은 씨(53·여)는 “이번 수능에서 우리 딸이 진학할 수 있는 대학교가 여대 밖에 없다고 한다면 과감하게 재수를 시킬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대학이 중요한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여대를 보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재수를 시켜서라도 더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게 맞는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중 씨(57·남)는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딸이 여대를 간다고 하면 무조건 말려야 할 것 같다”며 “20년을 귀하게 키워놨더니 저런 일에 휘말리게 만들어 안 들어도 될 욕을 먹게 할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과거 여대하면 좋은 학교 같았는데 최근에는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굳이 여대를 보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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