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내기·조리돌림 판치는 ‘선출 당대표’ 잔혹사에 청년·중도층 한숨
깎아내기·조리돌림 판치는 ‘선출 당대표’ 잔혹사에 청년·중도층 한숨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당대표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이미 두 명의 당대표가 내거의 쫓겨나다시피 자리에서 내려왔고 현재 당대표 역시 당 내부의 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모두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대표들이라는 점에서 여당 내부에 당심과 민심을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가장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을 추구하는 청년층과 뚜렷한 정치색이 없는 중도층 사이에선 안타까움 섞인 시선까지 등장해 주목된다. 두 번의 선거 참패와 지지율 추락 사태를 겪고도 반성은커녕 국민적 기대가 가장 높은 인물을 깎아내며 마지막 남은 회생 가능성마저 스스로 없애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각에선 결말이 뻔한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야 말로 공멸을 자초하는 내부총질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현직 당대표가 당원게시판에 대통령 비하 게시물 올렸다” 황당 의혹에 휘둘리는 국민의힘

 

최근 국민의힘 내부는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익명 비방 의혹으로 떠들썩하다. 의혹의 골자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비방글을 반복적으로 올렸다는 내용이다. 해당 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만 글을 쓸 수 있지만 작성자명은 익명 처리되는데 최근 전산 오류로 인해 게시물 작성자에 이름을 넣어 검색하면 게시물이 그대로 노출된 게 발단이 됐다.

 

▲ 보수단체 주도의 태극기 집회 현장. [사진=뉴시스]

 

한 대표 측은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로 못 박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중 한 대표와 동명이인이 있지만 한 대표와 생년이 같은 ‘1973년생 한동훈’이 쓴 글은 없다”고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역시 “해당 의혹을 최초 제기한 유튜버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최고위원 또한 “한 대표와 동명이인이 8명이나 당원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내에선 한 대표를 향한 날 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 대표에게 꾸준히 견제구를 던졌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수위 높은 발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들인 장인, 장모, 모친, 배우자, 딸 등과 똑같은 이름의 당원들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비난 글을 쏟아낸 게 적발됐다”며 “한 대표의 ‘온 가족 드루킹’ 의혹이다”고 맹비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욕하는 게시물이 당 대표 가족 이름으로 수백 개가 게시됐는데 당은 즉시 수사 의뢰해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쉬쉬하며 그냥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무 감사가 아니라 즉시 수사 의뢰하라”며 “증거 인멸할 생각 말고 사칭이라면 그 사람을 색출해 처벌하고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집권 여당 아니겠냐”고 성토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현 개혁신당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당 지도부까지 한 대표 공세에 가세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사 앞에서 열리는 한 대표 퇴진 시위를 거론하며 “시위가 조금 무뎌지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당원 게시판에 대한 당무감사를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시글 작성자의 주민등록번호 몇 자리만 보여줘도 이것(비방글)이 한 대표가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의혹을 부채질했다.

 

유튜버 의혹 제기➞기득권층 부채질➞사태 확산 “도돌이표 같은 선출 당대표 잔혹사”

 

여론은 한 대표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상식적으로 당대표 입장에서 실명인증이 필수라 누구진지 조사하면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는 당원 게시판에 여당 출신의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올릴 가능성은 현저히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 사이에선 친윤계와 당내 중진 인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선출 당대표를 압박하고 결국 사퇴에 이르게 한 전례가 이미 두 차례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대표를 음해하는 세력의 함정 아니냐는 의혹이다.

 

직장인 황민우 씨(37·남)는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선거에서 연거푸 참패하고 지지율도 근근이 30% 안팎 수준을 유지하면서 반성은커녕 오히려 싸우기 바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승준 씨(24·남·가명)는“민심에 가장 가까운 인물인 ‘선출 당대표’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작태를 보니 청년들이 왜 보수정당을 싫어하는 지 알 것 같다”며 “한 줌도 안 되는 이득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오히려 ‘배신자’ ‘내부총질’ 운운하며 조리돌림까지 일삼는 전형적인 구태 기득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기현 전 국민의힘 당대표(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앞서 윤석열정부 출범 전부터 당대표를 맡고 있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직후 뜬금없이 등장한 ‘성접대 의혹’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 처분까지 받았고 결국 그해 말 탈당을 선언했다. 당시 당 안팎에선 의혹만으로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징계에 사용된 근거들이 모두 허위임이 밝혀지며 무고한 징계임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당원투표 100%’ 룰 개정과 함께 실시된 3·8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전 대표 역시 임기 중간에 사퇴하고 말았다. 김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사면·복권시킨 김태우 후보의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출범한 혁신위원회의 총선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면서 당 안팎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김 전 대표는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흔히들 말하는 ‘국민의힘 당대표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유튜브 방송을 계기로 당대표 관련 의혹이 터졌고 중진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의혹 확산을 부채질 하는 방식이 과거나 지금이나 너무 똑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일부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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