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에 힘입어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어서다. 1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일 기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1000억달러(원화 약 140조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연간 보관금액인 680억2350만 달러(약 95조2000억억원)보다 약 50%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덕분에 미국 내 큰 손 투자자들의 투자 폴리오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 증시 종목은 국내 증시 종목에 비해 정보 파악이 쉽지 않다 보니 이미 실력이 검증된 인물이 투자한 종목을 따라가겠다는 의도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미국 월가의 큰 손 투자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에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을 포함해 다양한 종목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 애플·뱅크오브아메리카 팔고 시리우스·처브 보유량 확대
8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현지 언론과 증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미국의 ‘애플’이다. 워렌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30.09%로 평균 매수가격은 39.59달러다. 8일 기준 애플의 1주당 가격은 226.96달러로 워렌 버핏은 약 5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이 밖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2.54%) ▲뱅크오브아메리카(11.58%) ▲코카콜라(9.09%)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워렌 버핏은 최근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유 주식 일부를 매도하면서 현금 보유액을 늘려가고 있다. 버크셔가 발표한 3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현금 보유액은 지난 2분기 말에 비해 약 17% 증가한 3252억달러(원화 약 456조원)를 기록했다. 버크셔 역사상 최대 현금 보유액이다.
일부 종목의 차익 실현 와중에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2.54%), 코카콜라(9.09%), 무디스(3.71%) 등의 종목들에 한해서는 최근 1년 동안 같은 보유량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로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다. 워렌 버핏의 해당 주식 평균 매수 단가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71.11달러) ▲코카콜라(40.28달러) ▲무디스(57.13달러) 등이다.
주식 보유량을 늘리는 종목도 있다. 워렌 버핏은 위성 라디오 방송사 ‘시리우스 XM 홀딩스(이하 시리우스)’ 주식을 올해 들어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워렌 버핏은 시리우스 주식 9920만주를 추가 매수했다. 보유 지분율은 단숨에 1%를 돌파했다. 8일 현재 시리우스 주당 가격은 26.13달러다. 워렌 버핏의 시리우스 평균 매수 가격은 27.2달러다.
스위스 보험사 ‘처브’의 주식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워렌 버핏은 처브의 주식 110만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워렌 버핏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매분기 마다 처브의 지분량을 늘렸다. 지난 6월 30일 기준 보유량은 2703만주로 평가금은 원화 약 10조6000억원에 달했다. 워렌 버핏의 평균 매입 단가는 219.19달러로 8일 기준 28.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리틀 버핏’ 빌 애크먼 보유종목 1위는 ‘힐튼’…‘빅쇼트’ 마이클 버리는 ‘중국기업’ 집중
‘리틀 버핏’이라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 종목은 미국의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HLT)’다. HLT는 전 세계적으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콘래드, 힐튼 등 5성급 호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빌 애크먼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HLT 주식 자산의 비율은 18.76%에 달했다. 이어 ▲치폴레 멕시칸 그릴(17.84%)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네셔널(16.68%) ▲알파벳C(13.30%) ▲하워드 휴스 홀딩스(11.34%) 등이 뒤를 이었다.
빌 애크먼은 올해 2분기 들어 HLT 주식을 약 22만주 가량 매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이다. 상반기 기준 빌 애크먼 소유 HLT 주식은 895만주에 달한다. 보유 평균 단가는 86.89달러로 8일 현재가 기준 30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평가금은 원화 기준 약 8조8000억원에 달한다.
빌 애크먼은 올해 치폴레 멕시칸 그릴 주식 보유량도 매 분기마다 줄이고 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멕시코 음식이 주력인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 기업이다. 한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20%를 훌쩍 넘겼던 치폴레 멕시칸 그릴 주식 보유 비율은 지난해 3분기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6월 기준 10%대로 내려앉았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평균 매수가격은 8.72달러로 현재 6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알파벳C 주식도 올해 2분기 들어 보유량의 약 20% 가량을 매도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알파벳A와 알파벳C 두 주식으로 나뉜다. 알파벳A는 주식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지만 알파벳C는 의결권이 없어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알파벳C의 보유 평균단가는 98.62달러로 현재 약 82% 가량의 투자 수익률을 내고 있다.
반면 버거킹의 모기업인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과 미국 부동산 업체 하워드 휴즈 홀딩스 주식은 최근 1년 간 꾸준히 매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기준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날의 평균 매수가격은 43.2달러를 유지 중이다. 8월 6일 기준 하워드 휴즈 홀딩스의 평균 매수 가격은 83.91달러를 기록 중이다. 빌 애크먼이 올해 들어 보유량을 대폭 늘린 종목은 브룩필드와 나이키다. 빌 애크먼은 2분기 말 기준 약 700만주의 브룩필드 주식과 약 300만주의 나이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가 기준 원화 각각 5465억원, 3181억원 등에 달하는 규모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가 가장 많이 소유한 주식은 중국의 ‘알리바바’다. 마이클 버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알리바바 주식 비중은 21.26%에 달한다. 이어 ▲쉬프트4 페이먼트(13.97%) ▲몰리나 헬스케어(13.89%) ▲바이두(12.36%) ▲제이디닷컴(12.31%) 등이 뒤를 이었다.
마이클 버리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약 1년간 알리바바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왔다. 올해 2분기 3만주를 추가 매수하며 보유 주식량을 15만5000주로 늘렸다. 마이클 버리의 알리바바 주식 평균 매수가는 78.83달러로 8일 기준 19.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쉬프트4 페이먼트 주식도 올해 2분기 10만주를 매수해 단숨에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 2위로 끌어 올렸다. 쉬프트4 페이먼트는 소프트웨어 및 결제 커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신용결제회사다. 평균 매수 단가는 69.71달러로 현재가 기준 40%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평가금은 원화 기준 약 142억원이다.
마이클 버리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미국 보험사 몰리나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바이두(3만5000주)와 몰리나 헬스케어(2만4000주)를 모두 추가 매수하며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바이두와 몰리나 헬스케어의 평균 매수가는 각각 104.58달러, 354.07달러 등이다. 다만 현재 마이클 버리는 두 종목에서는 모두 손실을 기록 중이다. 손실율은 8일 종가 기준 바이두 15%, 몰리나 헬스케어 6.9% 등이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기업에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제이디닷컴의 지분은 꾸준히 팔고 있다. 올해 1분기 36만주에 달하면 제이디 닷컴 주식은 2분기 들어 25만주로 30% 가량 감소했다. 제이디닷컴의 보유 평균단가는 29.53달러로 8일 종가 기준 39.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로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워렌 버핏, 빌 애크먼 등 세계적인 금융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현재 글로벌 업황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무작정 이들의 보유 종목을 똑같이 매수하기보다는 투자 판단의 척도 중 하나로 삼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