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7730타고 떠나는 역사 속 ‘명소’ 나들이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7730타고 떠나는 역사 속 ‘명소’ 나들이
ⓒ르데스크

은평구 수색동 은평공영차고지에서 종로구 구기동 이북오도청까지 운행하는 7730번 버스 노선을 따라가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던 곳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 과거 석유저장 창고 등 과거와 쓰임새는 달라졌지만 명소로 변모한 곳들을 탐방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인기 ’물멍’ 장소 ‘세검정’…“사계절 느낄 수 있는 명소 각광”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바다나 계곡 등 물을 바라보면서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물멍’이 새로운 힐링 아이템으로 유행 중이다. 요즘 청년들뿐만 아니라 과거 선비들도 계곡에서 힘차게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던 것으로 보인다.


7730번 버스를 타고 ‘상명대입구, 세검정교회’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5분 이동하면 방문할 수 있는 ‘세검정’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름부터 낯선 세검정은 조선 초부터 사대부들의 홍제천에 흐르는 물 구경을 하며 노닐던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장마 때 각 도성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을 구경하며 부정한 기운을 씻어내고 마음을 새롭게 했다고 전해진다.


세검정의 이름을 한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검을 씻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조반정 당시 이귀, 김유 등이 광해군 폐위를 논의하고 모인 뒤 광해군을 폐위하고 인조를 옹립한 뒤 칼날을 이곳에서 씻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편찬이 끝나면 실록 작성에 참여했던 신하들이 모두 세검정에 모여 사초를 씻어내는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종이에 묻은 먹물을 모두 씻어내 사초 내용이 외부로 유실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며 깨끗하게 씻어진 종이는 다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사초의 내용을 씻어내는 행위를 ‘세초’라 부르며 정자가 있는 바위에 큰 차일을 치고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그 바위는 차일암이라고 부른다. 


과거 선조들이 물멍 장소로 유명했던 이곳은 현재 대중교통만으로 뚜렷하게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더욱 유명한 모습이다. 봄에는 벚꽃이 피며 여름에는 홍제천을 가득 채운 물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을에는 인왕산 자락을 가득 물들인 단풍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흰 눈이 쌓인 정자를 볼 수 있다.


송지은 씨(54·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 같아서 자주 오게 된다”며 “오늘은 단풍 구경을 하러 왔고 다음번에는 아마 눈이 가득할 때 쯤 다시 한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 ‘유진상가·’…유사시엔 군사시설물 역할까지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7730번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유진상가’ 정류장에 하차하면 1분 안에 1970년대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인 유진상가를 만나볼 수 있다. 유진상가가 지어진 1970년대는 김신조 사태, 1·21사태, 울진 및 삼척 무장공비 침투 등 국가 안보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에 유사시에는 군사시설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가 도로에 면한 쪽은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의 필로티 구조는 다른 곳과 비교해보았을 때 넓은 것이 특징이다. 유사시에는 아군 전차의 진지로 활용해야 하기 떄문이다. 필로티 기둥 너비도 전차 1대의 폭과 똑같아 전차를 숨기기에도 알맞은 크기다. 만약 기둥이 부서질 경우 아파트가 그대로 넘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거대한 장애물이 된다. 


유진상가는 5층짜리 건물 2동이 서로 마주 보며 중정을 통해 연결된 형태로 설계됐다. 과거에는 2동 모두 주거용으로 활용됐지만, 1990년대에 내부순환로가 만들어지면서 B동의 일부는 소실됐다. 이후 차량 소음으로 인해 B동 입주를 꺼리는 입주민이 늘자 현재는 서대문구 신지식산업센터로 쓰이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A동과 B동을 연결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중정을 볼 수 있다. 길이는 160m, 폭은 16m나 되는 중정의 첫 인상은 사진 스팟으로 유명한 홍콩의 청킹맨션이 떠오르는데 요즘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규모다.


유진상가 1층을 구경하다보면 ‘홍제천으로 가는 길’이라는 팻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간 통제된 구간을 ‘열린 홍제천길’이라는 이름을 50년 만에 개방한 곳으로 현재는 ‘홍제유연’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홍제유연’은 햇빛이 들지 않아 밤낮 가릴 것 없이 어두운 지하보도 내부에 LED 전구를 활용한 전시다. LED전구가 물에 반사되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전시 중간 중간에 징검다리를 놓아 전시를 직접 참여하면서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홍시연 씨(32·여)는 “이 주변에 살다보니 자주 이 통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하루 종일 깜깜해서 그런지 이 보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전시를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 종종 사람들이 놀러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주변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이 된 것 같고, 어두웠던 공간이 전시를 통해 밝아진 느낌이고 동네에 새로운 장소가 생긴 것 같아 이 통로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석유저장 창고➞현재 인기 데이트 장소로 탈바꿈에 성공한 ‘문화비축기지’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는 억새, 댑싸리 등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최근 청년들에게 가을 데이트 장소로 인기 있는 장소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 여유롭게 데이트를 하기에 부적합하다. 하지만 하늘공원과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의 경우 사람이 적어 여유로운 데이트를 하기에 충분하다.


7730번 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북측’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방문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약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도착한다. 이곳은 과거 박정희 정부 당시 4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1차 석유 파동을 겪으며 지어진 곳이다. 석유비축기지였던 이곳은 예상하기 어려운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이곳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시기인 2000년에 폐쇄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서울시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T0부터 T6까지 총 7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는 이곳은 설비동, 미디어전시실, 복합문화공간, 공연장 등 용도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변형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석유를 비축해뒀던 시설의 모습은 거의 그대로 보존해둔 모습이다.


문화비축기지 뿐만 아니라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난지한강공원, 하늘공원, 평화의 공원, 마포농수산물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하늘공원의 경우 SNS상에서 가을맞이 데이트 장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보니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민지 씨(25·여)는 “하늘공원에서 여기까지 걸어오게 됐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늘공원에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불편했다”며 “비록 하늘공원과 느낌은 다른데 사람도 없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놀 수 있는 공간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지 몰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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