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과 덕수궁 등 우리나라 궁궐은 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 명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장에 대한 규정이 없어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장소 신성함과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용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국내에는 마땅한 규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레깅스를 입고 경복궁 앞에서 요가한 사람이 화제가 됐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하노이에 사는 H씨는 지난달 한국에 방문해 경복궁 광화문 옆에서 레깅스를 입은 채 요가 동작을 취하는 모습을 개인 소셜 미디어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H씨는 경복궁 담벼락에 발을 얹는 자세를 취하기도 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본 베트남 누리꾼들은 “베트남의 황궁인 후에 황궁과 마찬가지로 경복궁도 한국에서 신성한 곳이다”며 “해외에서 이러한 행동을 보인 것은 수치스러운 행동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요가가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몸을 이렇게 대중 앞에서 드러내는 것은 모욕적이고 무례한 행동이다”며 “경복궁은 한국 관광의 상징인 곳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H씨는 “나의 행동과 복장이 규정 위반이 아닌데다가 경복궁 보안요원이 주의를 주지 않았다”며 “우리 모두 복장에 대한 각자의 선호도가 있기 때문에 차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H씨의 말대로 현재 경복궁과 덕수궁 등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궁궐에는 관광객 옷차림에 대한 규정을 볼 수 있는 안내문이 없다. 그러다 보니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궁궐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방문자의 복장을 통제해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신성함과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왓 프라깨오(Wat Phra Kaew) 사원은 에메랄드 불상이 있는 곳으로 태국 내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다. 그렇게 때문에 반바지와 민소매 등 노출이 많은 옷을 금지하고 있으며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복장이 필수다. 이러한 복장을 준비하지 못한 방문객들은 입구에서 옷을 대여할 수 있다.
캄보디아의 고대 힌두교 사원인 앙코르 와트(Angkor Wat)는 현재 불교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출이 심한 복장과 모자를 쓰고 사원 방문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앙코르 와트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깨와 무릎을 덮는 옷을 입는 것이 필수이며 상단의 신성한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장 규정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인 바티칸 시국의 성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은 가톨릭 예배와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민소매나 짧은 바지 및 치마는 입장이 금지된다. 남녀 모두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복장도 필수로 요구된다.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아야 소피아(Hagia Sophia) 사원은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된 상징적인 건물이다. 과거에는 교회였다가 이슬람 사원, 현재는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은 무슬림 규율에 따라 복장을 갖춰야 한다. 남녀 모두 무릎을 덮는 옷을 착용해야 하며, 여성은 머리를 스카프로 가리는 것이 필수다. 신발은 입구에서 벗고 들어가는 것이 예의다.
문화재청 김용갑 주무관은 “경복궁 안이 아닌 밖에서 이뤄진 행위에 대해 막을 수 있는 자세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제지하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이 국내 문화유산을 훼손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최대 강제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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