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이용객 가장 많은 ‘북새통 버스’ 노선엔 도심 속 ‘이색 볼거리’ 가득
일일 이용객 가장 많은 ‘북새통 버스’ 노선엔 도심 속 ‘이색 볼거리’ 가득

하루에 4만 명이 이용하는 143번 버스는 강북에서 강남까지 왕복 5시간을 운행할 정도로 긴 노선을 자랑한다. 도심 속 이색 볼거리가 가득한 장소에 정류장이 위치해 있어 버스를 타고 나들이나 시내여행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정릉동에서부터 개포동까지에 이르기까지 추억 가득한 장소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야경 명소도 있다.

 

‘반포·압구정’ 강남아파트 3대 떡볶이부터 군대 추억까지

 

‘고속터미널’ 정거장에서 하차해 5분이면 반포쇼핑타운에 도착한다. 7동까지 있는 반포쇼핑타운 내부에는 손님들을 사로잡는 다양한 가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은 5동 지하 1층에 위치한 가게 A다. 가게 외관부터 오래된 느낌이 가득한 이곳은 학교 앞 호프집을 떠올리게 한다.

 

고속터미널 인근에 위치해 낮에는 식사류, 저녁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이곳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김치볶음밥이 인기 메뉴다. 방문한 사람 중 군 생활을 떠올리는 손님도 있다. 레트로한 외관과 함께 내부도 오래된 흔적이 가득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요즘 호프집에서 보기 드문 쇼파와 벽면을 채운 낙서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김정환 씨(25·남)는 “군 생활을 하며 터미널 앞에 있는 쇼핑타운에 있는 식당들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며 “고터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는데 이곳은 저렴하기도 하고 유동인구도 적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143번 버스를 이용해 ‘현대아파트’ 정류장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는 동네사람이 아니라면 방문하기 어려운 상가가 있다. 현대아파트 준공과 함께 지어진 이곳은 단지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허름한 상가 내부에는 강남아파트 3대 떡볶이라 불리는 가게 B가 있다.

 

상가 정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수입상품들을 판매하는 수입시장이다. 언뜻 보면 부산에 있는 깡통시장이 떠오르는 이곳은 해외에서 수입해온 젤리, 라면, 과자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곳에서 구매하는 사람의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방문해 다양한 간식들을 구경하고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입상품점을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배우 한가인, 에이핑크 김남주 등 이곳을 연예인들이 남겨둔 사인이 가득하다.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운영시간이 짧아 방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평일에는 5시까지만 운영하고 있으며, 토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다.

 

고등학생 최보람 씨(19·여)는 “집 주변에 있는 떡볶이 가게 중에 여기가 제일 맛있다”며 “주로 학원가기 전에 친구랑 와서 먹고 가거나 집에서 포장해서 먹는 편인데 5시면 문을 닫는 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은 5시에 전에 와도 재료가 떨어져서 문이 닫혀 있는 날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 없는 야경 명소 ’삼성해맞이공원‘…“남들 모르는 나만의 장소”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143번 버스를 타다가 ‘영동교 입구’에서 하차하면 ▲청담근린공원 ▲삼성해맞이공원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청담근린공원은 버스에서 내려서 3분, 삼성해맞이 공원은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가벼운 언덕을 오르는 산책을 하고 싶다면 청담근린공원에 방문하면 되고, 서울의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삼성해맞이공원에 방문하면 된다.

 

청담근린공원의 경우 많은 나들이객이 찾는 한강공원과 여의도 공원과 달리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야산을 인공적으로 평평하게 다듬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에 있는 다른 공원과 다른 분위기이다.

 

작은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잘 다듬어진 산책로, 다양한 볼거리 등이 가득하다 보니 전부 다 돌아보는데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파출소 옆 입구에서부터 언덕 꼭대기에 있는 정자까지는 약 25분 정도 걸리는데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공원답게 번잡스럽지 않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돌아다니기에 충분하다.

 

정자, 벤치 등 쉬어갈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동네 공원에서 보기 힘든 약수터도 있다.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시비광장’이 있다. 시비광장은 이름처럼 시가 적힌 비석이 있는 광장으로 김소월, 정지용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시인들의 시가 적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추경아 씨(52·여)는 “과거 미국에서 살았을 때 집 앞에 공원에 운동도 하고 시간도 보낼 겸 자주 놀러가곤 했다, 한국에 온 이후에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남편과 자주 찾고 있다“며 ”깨끗하게 꾸며진 산책로와 벤치, 운동기구 덕분에 배드민턴도 치기에 좋은 공간이고, 중간 중간 벤치가 있어 쉬기에도 적당한 곳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삼성해맞이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청담나들목 옆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거나 봉은초등학교 옆 작은 길을 이용하면 된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전망대가 있다. 맑은 날 방문하면 약 30km 떨어진 도봉산까지 볼 수 있다.

 

공원 주변에는 아파트 건설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인근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 온 사람들과 치킨에 맥주, 와인에 치즈를 먹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송승완 씨(33·남)는 “가끔 날이 좋을 때 이곳에 방문해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곤 한다”며 “음식을 포장해 와서 한적하게 서울 야경을 보기에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곳이다”고 말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강남 시내 전통시장…“우리 동네의 자부심”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망원시장과 광장시장은 최근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로 손꼽힌다. 시중보다 저렴한 물가에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3번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강남에 위치한 시장 여러 곳을 방문할 수 있다.

 

‘개포동역7번출구·개포시장’ 정거장 바로 앞에는 강남개포시장이 있다. 시장 주변으로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외부 관광객보다는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방문한다. 시장 주변에 있는 경기여자고등학교,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하교 후 시장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사먹고 학원에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서유정 씨(41·여)는 “아파트 주변에 있다 보니 주변 주민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는데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곳이다”며 “생각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아 아이와 함께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 내부에는 주류 편집숍부터 서울 3대 떡볶이라 불리는 가게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시장 전체를 구경하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강남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불리는 은마 아파트 내 지하상가는 강남개포시장에서 걸어서 15분이면 방문할 수 있다. 143번 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은마아파트’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상가 내부에는 식당부터 반찬가게, 생선가게, 세탁소 등 다양한 업종을 볼 수 있다. 특히 식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지하 1층은 A동과 B동을 나눠져 있으며 들어가는 입구만 총 7곳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1978년 입주한 은마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로 불린다. 그만큼 상가도 노후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다보니 인근 주민들과 주변 학원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파트 입주와 함께 만들어진 이곳은 한 자리를 오래 지켜온 만큼 주민들과 점주들 모두 상가에 대한 자부심 가득하다.

 

이곳 주민인 김주성 씨(37·남)는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는데 지금까지 인기 있는 대부분의 가게가 그때부터 먹어왔던 곳이다”며 “맛없는 곳은 이 상가 내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가게들이 다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온 사람들이 이곳을 보면 다소 번잡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강남 내에서 가장 사람 냄새가 가득한 곳은 이곳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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