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없어도 캠프출신이면 OK, 강호동 왕국 전락한 농협중앙회
성과없어도 캠프출신이면 OK, 강호동 왕국 전락한 농협중앙회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취임 이후 불거졌던 낙하산 보은인사를 사실상 시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농가소득 향상과 농업발전이라는 농협중앙회의 설립취지가 무색해졌을 뿐 아니라 농협중앙회가 강호동 회장의 선거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강 회장이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농협의 주요 요직에 재취업시킨 이들은 과거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대표나 임원을 역임하다 퇴임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별다른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채 퇴임했다. 그런 이들이 강 회장 당선을 계기로 농협 핵심 요직을 맡아 화려하게 복귀했다. 강 회장 체제의 농협중앙회를 향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낙하산 비판에 강호동 “마음나눈 분들”…회장 선거 보은성 재취업 창구 전락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등 요직에 선거를 도운 캠프출신 인사를 대거 꽂는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자행했다는 비판에 대해 사실상 시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보은인사를 단행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발언을 내놨다.

 

농협이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라는 박덕흠 의원의 지적에 강 회장은 “꼭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선거 기간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다”고 답변했다. 


실제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 및 자회사 주요 요직엔 선거에서 강 회장을 도왔던 인물들이 대거 복귀했다. 지준섭 전 NH농협무역 대표는 2022년 말 퇴임한 뒤 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을 도운 후 중앙회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여영현 전 농협네트윅스 대표도 2022년 말 퇴임했다가 강 회장 선출 이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조영철 농협에코아그로 대표(전 농협홍삼 대표), 박서홍 현 농협경제대표이사(전 농협경제지주 상무), 강남경 남해화학 부사장(전 농협물류 대표) 등도 퇴임 후 다시 재취업했다.

 

또한 박석모 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전 NH 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16년 퇴임했다가 농협중앙회로 돌아왔고, 2016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를 끝으로 퇴직했던 김정식 전 전무이사도 8년 만에 농민신문사 대표로 취임했다.

 

이에 지난 2021년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차기 농협중앙회장부터 회장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 등 주요 요직이 회장 측근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회장 중심의 제왕적 지배구조가 심화될 거라는 우려다.

 

농협중앙회 주요 자회사 대표의 화려한 복귀…경영성과·전문성 ‘물음표’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강 회장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가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주요 요직을 꿰차면서 향후 중앙회 경영실적 전망에도 우려섞인 반응이 나온다.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이들 대부분은 과거 중앙회 및 자회사의 경영을 직간접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지만 별다른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채 퇴임한 전력을 갖고 있어서다.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2022년 말 NH농협무역 대표를 맡았는데, 당시 농협무역은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이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2022년 NH농협무역 매출액은 4011억원으로 전년(4426억원) 대비 9.3%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억4000만원, 36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 했다.

 

2022년 말까지 농협홍삼 대표를 맡았던 조영철 농협에코아그로 대표도 부진한 경영성적을 이어가다 퇴임했다. 조 대표가 농협홍삼 대표로 퇴임했던 2022년 말 농협홍삼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69억원, 91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우적댔다.

 

상대적으로 여영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가 전임 시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마저도 실적이 후퇴만 하지 않았을 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여 대표는 2022년 말까지 농협네트웍스 대표를 맡았는데 당시 농협네트웍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9억원, 64억원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11.3%, 당기순이익은 3.2% 증가했다.

 

다만 여 대표가 농협네트웍스 퇴임하자마자 농협네트웍스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점에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냈다고 보긴 힘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농협네트웍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여 대표가 있었던 2022년 대비 각각 20%, 10%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 회장 체제의 농협중앙회가 농업인의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준병 의원은 “농협 전반에 걸친 낙하산 인사 채용은 농업협동조합법 상 권한 분산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등을 저해하는 행위다”며 “농협 임원 및 간부의 인사가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전리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해 농협이 회장의 사유물이 아닌, 농민과 농협조합원을 대표하는 중앙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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