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오는 16일 치러진다. 서울 교육 정책은 전국 각 지역 교육 정책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만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타 지역 교육감 선거에 비해 유독 많은 관심이 쏠리는 편이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현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까지 부여돼 관심이 더욱 뜨겁다. 교육감은 관할 시·도의 지역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예산편성권과 교장 등 인사권, 각종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다.
통상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강조한 헌법 정신에 입각해 치르도록 하고 있다. 정당의 선거 관여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후보 자격 역시 ‘후보자 등록신청일 기준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대 선거 모두 암묵적으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등으로 분류된 인물 간에 대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곤 했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총 4명 역시 이력이나 경력 등을 통해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교육감 선거도 정치 성향 따라 양강구도 뚜렷…보수 대표 조전혁 vs 진보 대표 정근식
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대법원이 지난 8월 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특채’에 대한 유죄 판결을 최종 확정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출사표를 던진 각 후보들은 지난 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해 치열한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허용기간에 발표된 지지율 조사만 놓고 봤을 때 보수 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조전혁 후보와 진보 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정근식 후보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분석됐다.
조 후보는 1960년생으로 광주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를 거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사 졸업 후에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다. 그는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인천대 교수 근무 당시 제18대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조 후보는 고려대 동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MB키즈’로 불렸다. 국회의원 임기 만료 후에는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서울시 현신공정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정 후보는 1957년 전북 익산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부터 석·박사 학위를 전부 취득했다.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한 뒤 2003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장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 등을 거쳐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앞서 정 후보는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지지자 단톡방 및 텔레그램방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중립 훼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순위 공약도 극과 극…조전혁 “교권·학력 강화” vs 정근식 “역사 왜곡 방지”
그동안 걸어온 이력이나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정치 성향 등으로 인해 보수·진영 후보로 분류된 각 후보의 선거 공약 또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먼저 조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체인지’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앞서 무려 10년이나 서울시 교육감을 지낸 조희연 전 교육감의 색채를 완전히 지우고 교육 정책을 새롭게 써 나가겠다는 의도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진보 성향 인사로 분류돼 왔다.
조 후보가 집중한 부분은 학생들의 학력 수준 신장이다. 앞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 해소와 차별 대우 방지 등의 이유로 중단됐던 중간·기말고사 등 정기시험을 재실시해 저하된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초·중·고 수행평가를 축소하고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수조사는 전국 학교의 학생들이 동시에 치르는 형태의 시험을 의미한다. 초등교육에서 지필평가도 부활시킨다는 포부도 밝혔다.
현재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교권침해의 결정적 이유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 전면폐지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12년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6월 서울시의회가 폐지를 의결했지만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법원에 폐지 무효 소송을 내 아직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조 후보는 선거 유세 첫날 서이초를 방문해 공약 실행에 대한 의지 표명과 함께 자신이 지닌 교육관을 확실하게 내비쳤다. 서이초는 지난해 한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당시 교사 사망 직전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교권침해가 사회 문제로 급부상했다.
선거 공약이 학력·교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조 후보와 달리 정 후보는 ‘역사’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대거 내세웠다. 정 후보는 출정식 첫날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선거유세를 시작하며 교과서 역사 왜곡 논란을 문제를 꼬집었다. 최근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의 친일 논란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출정식에서 정 후보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혁신교육 공약을 계승·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 후보의 공약은 앞서 조희연 전 교육감 시절과 흡사한 기초학력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서울형 학습나침반’을 설계해 학교에서 학생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형 학습나침반은 시험 없이도 논·서술형 글쓰기 등을 통해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그는 조 후보의 초등학교 지필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 공약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정 후보는 학생들의 올곧은 역사 인식 함양 정책을 2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역사 쟁점을 정치 이슈화하는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적 자기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집단이 합의한 정확한 역사 자료를 교사와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역사 자료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역사 자료를 활용한 ‘팩트체크’ 교실을 운영해 학생 입장에서 정확한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두 인물이 내세운 공약이 명확하게 갈리는 만큼 교사와 학부모, 학원가 등 이해관계자들의 표심은 철저하게 나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득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교육감 선거가 전국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서울교육감의 교육철학에 따라 시도교육청의 색깔이 눈에 띄게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후보의 임기가 1년8개월이긴 하지만, 두 후보간의 관점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기에도 전임교육감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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