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TS 슈가가 전동스쿠터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받은 걸 계기로 개인형이동장치(PM)의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PM의 종류에 따라 음주운전 시 처벌 수위가 달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처벌 수위는 극과 극이라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 등에 따르면 전동스쿠터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2000만원 이하 벌금과 5년 이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속도와 이용방법이 비슷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 시 각각 10만원과 3만원의 범칙금만 부과된다. 사고 발생 시 위험성은 대동소이한데 어떤 PM이냐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PM에 따라 달라지는 처벌 수위는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르데스크가 시민 9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PM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4%(45명)였다. PM에 따라 음주운전 적발 시 처벌이 달라진다는 걸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5%(6명)에 불과했다.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양윤상 씨(27·남)는 “최근 방탄소년단 슈가가 전동 스쿠터 음주 적발됐다는 기사를 보고 세 종류의 차이점을 알게 됐는데 음주 후 처벌 기준이 다르다는 점은 몰랐던 사실”이라며 “특히 일반 자전거와 똑같다고 생각했던 전기 자전거도 음주 후 탑승할 경우 벌금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준협 씨(31·남)도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는 차를 가지고 다니기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 자전거를 타보니 생각보다 빨라서 ‘사고가 크게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가나 똑같이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전동스쿠터에 비해 낮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를 구분하는 기준은 앉아서 탈 수 있는 안장의 존재 유무다. 안장이 있으면 전동스쿠터, 없으면 전동킥보드가 되는 식이다. 전동스쿠터는 도로교통법 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필수다. 음주운전 적발 시 자동차 음주운전과 동일한 처벌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신 채로 전동 스쿠터를 몰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도로교통법 상 자동차와 같은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제2조 19의2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PM)’으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면허가 필수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 자전거 중 시속 25km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으며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인 것을 의미한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는 전동 킥보드는 음주 후 탑승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
전기 자전거의 경우 페달을 굴려야 앞으로 나아가는 파스(PAS)방식은 ‘자전거’로 구분돼 따로 운전면허가 필요 없다. 반면 전기배터리의 힘만으로 구동되는 스로틀 방식과 스로틀·파스 혼합방식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운전면허가 필수다.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는 스로틀과 스로틀·파스 혼합 방식을 음주운전하다 적발되면 ‘자동차 음주운전’으로 취급받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파스 방식의 전기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일 경우 3만원의 범칙금만 부과된다.
동일하게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위가 다른 점은 시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 음주 운전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 음주 운전으로 취급받아 똑같은 기준에서 처벌받는다.
현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후 0.08% 이상 0.2% 미만의 경우에는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재범일 경우에는 가중처벌도 받을 수 있다.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의 경우 시속 25km미만의 속도 제한이 있지만 전동 스쿠터와 비교해 음주운전 시 사고 발생 위험을 따지면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 스쿠터만 유난히 처벌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는 물론 PM 이용자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원동기장치자전거 형태의 PM을 운전하다 발생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 2023년 2389건 등이다. 이중 음주 교통사고는 2022년 259건(사망 2명·부상 285명), 2023년 253건(사망 2명·부상 265명)이 발생했다.
차연진 씨(26·여)는 “전기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가 전동 스쿠터에 비해 크게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동 스쿠터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한 것 같다”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위험하다면 처벌 수위를 더욱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전동 스쿠터 모두 사고 위험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 보다는 모두 동등하게 처벌수위를 높여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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