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시장에 도전한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이 해외 유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TL 얼리 액세스(출시일 전 게임 구매) 번들에 포함돼 있는 유료 아이템으로 인해 환불을 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팀 유저들 사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환불을 방지하기 위해 스팀 정책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엔씨소프트와 아마존게임즈가 다중접속수행게임(MMORPG) TL의 글로벌 얼리 엑세스를 시작했다. TL 글로벌 서비스는 스팀(Steam·PC), 플레이스테이션 5(PS5·콘솔)과 엑스박스 시리즈 S|X 플랫폼을 지원한다. 얼리 엑세스 상품을 구매한 북·남미,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 지역 이용자는 TL을 먼저 플레이할 수 있다. 모든 이용자가 플레이 가능한 정식 서비스는 다음 달 1일 시작한다.
문제는 스팀에서 일어났다. 스팀은 게임 플레이 시간 2시간 전에는 전액 환불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TL 얼리 액세스를 구매한 유저들은 플레이 시간이 2시간을 넘지 않음에도 환불을 거부당하고 있다. 이유는 액세스에 끼어있는 상품들 때문이다. 스팀 정책상 유료 아이템을 사용하면 플레이 시간이 2시간이 넘지 않아도 환불 대상에서 자동적으로 제외된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TL 얼리 엑세스 구매자들에게 변신 3종, 수집형 강화 아이템, 칭호 등 유료 아이템이 포함된 5개의 혜택을 제공한다. 얼리 엑세스 유저중 해당 아이템을 하나라도 사용하면 유료 아이템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돼 환불받을 수 없다. 가격은 스탠다드가 42.39달러(한화 약 5만5000원), 얼티메이트가 63달러(약 8만3220원)이다.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는 TL 얼리 액세스 구성품이 환불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팀 얼리 액세스 게임들 중 환불이 안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 스팀 유저는 “이 게임은 환불이 되지 않으니 구매에 있어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며 “게임이라도 재미있었다면 조금 덜 억울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TL의 환불불가 사태로 국내 게임사 전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스팀 유저는 “8만원을 넘는 돈을 주고 절대 한국 게임사를 믿지 말라는 교훈을 배웠다”며 “서버는 모두 과부하로 제대로 된 게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환불까지 할 수 없다는 것은 사기와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과거 얼리 액세스 기간 중 DLC(확장팩)을 끼워 판매한 스튜디오 와일드카드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Ark: Survival Evolved)’는 여론에 못 이겨 전액 환불 정책을 펼친 바 있다. DLC는 추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료 상품으로 시간과 관계없이 환불받을 수 없다. 즉 얼리 엑세스 기간 중 DLC까지 구매한 유저들은 환불 대상에서 자동적으로 제외된다.
해당 사태가 터졌을 당시 수많은 유저들이 스튜디오 와일드카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불매운동 조짐까지 내비쳤다. 와일드카드는 결국 여론에 못 이겨 1년 만에 게임시간과 구매 일수에 상관없이 모든 유저에 대한 전액 환불을 진행했다.
전액 환불을 진행했음에도 스튜디오 와일드카드 횡포를 아직까지 기억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 유저들은 올해 출시를 앞둔 아크 후속작에 대해 절대 얼리엑세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또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당시 사태를 모르는 유저들에게 당시 사태와 게임사에 대해 알리겠다는 분위기다.
국내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팀 게임을 주로 즐기는 이진규(31) 씨는 “게임에 자신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장난조차 치지 않았을 것이다”며 “국내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은 게임을 글로벌 유저들한테 론칭하면서 환불까지 막은 것은 나라망신이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환불 논란에 대해 “환불과 관련된 사안은 스팀 정책에 따른 것이다”고 일축했다. 스팀 측은 “얼리엑세스 게임은 구매 후 14일 이내 플레이 시간이 2시간이 넘지 않는다면 환불이 가능하다”며 “다만 게임 내 아이템이나 DLC의 경우 활성화한 경우 환불을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기만적 행보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환불이 안되면 당장 수입은 늘어날 수 있어도 기업 이미지 타격까지 생각한다면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며 “특히 게임처럼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산업에서 한 번 세겨진 주홍글씨는 지우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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