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증권시장으로 세계 주요국 증시 모두 뉴욕증시에 의해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 각 분야별 대표 기업들이 모두 뉴욕증시에 상장돼있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 가상화폐까지 뉴욕증시에 따라 등락폭이 결정된다. 미국 증권가 큰 손들의 말 한마디에 세계 각 나라의 증시도 출렁인다. 전 세계가 미국 증시와 증권가 큰 손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 최대 증권사 ‘피델리티’ 이끄는 창업주 손녀…노골적인 정치 행보 괴짜 ‘찰스 슈왑’
25일 업계에 따르면 운용자산 기준(AUM) 미국에서 가장 큰 증권사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 그룹이다. 올해 6월 기준 운용자산은 12.6조달러(원화 약 1경6826조)에 달한다. ‘세기의 최고 투자자’로 불리는 피터 린치 역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출신이다. 현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에비게일 존슨(Abigail Johnson)’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창업주인 에드워드 C.존슨 2세의 손녀다. 올해 3월 기준 존슨 창업주 일가는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1961년 메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에비게일 존슨은 메사츠세츠주 케임브리지 사립학교인 버킹엄 브라운&니콜스 스쿨 졸업 후 뉴욕 제네바에 있는 윌리엄 스미스 칼리지에서 미술사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한 뒤 1988년 할아버지가 설립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 그의 아버지 에드워드 존슨 3세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CEO를 역임 중이었다.
그는 약 9년간 증권매니저로 경력을 쌓은 뒤 2001년 계열사인 피델리티 자산운용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 다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로 돌아와 개인투자부문 총책임자를 역임한 뒤 2014년 아버지에 이어 CEO에 올라섰다. 이후 CEO에 임명된 지 2년 만에 그룹 회장에 선임돼 지금까지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그는 금융 서비스 포럼의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이다.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증권사는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이다. 사명은 그룹 회장이자 창업자인 찰스 R. 슈왑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올해 6월 기준 운용자산은 8조달러(원화 약 1경635조원)에 달한다. 찰스 슈왑은 전 세계 400개 가량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투자 및 컨설팅을 포함한 자산 관리 자문 서비스를 개인과 기관 모두에게 제공한다. 사명은 현 그룹 회장이자 창업자인 찰스 R. 슈왑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는 올해 6월 기준 개인 자격으론 가장 많은 찰스 슈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5.5%에 달한다.
찰스 슈왑은 1937년 캘리포니아 출생으로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3년 학업을 마친 뒤 그는 투자 뉴스레터인 Investment Indicator를 발행해 큰돈을 벌었다. 1971년에는 ‘First Commander’라는 이름의 개인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세계 증시를 좌우하는 찰스 슈왑의 시작이었다. 회사는 1973년 찰스 슈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찰스 슈왑의 성공 비결은 금융정책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었다. 일례로 197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법 개정안을 통해 증권사의 수수료 설정에 자율성을 부과했는데 찰스 슈왑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동화에 중점을 두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절감된 비용으로 당시 타 증권사에 비해 수수료를 현저하게 낮추면서 다수의 투자자들을 흡수하게 된다. 이후 1998년 컴퓨터 주식거래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며 온라인을 통한 주식 거래를 상용화시킨 미국 최초의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찰스 슈왑은 미국 월가에서 정치적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괴짜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과거 공화당원으로 활동하며 공화당에 막대한 정치 자금을 기부했다. 또 2012년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반대했던 단체에 900만달러(원화 약 119억원)를 지원했다. 또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 변호 기금 등 보수 정치 활동에 약 1250만달러(원화 약 166억달러)를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구애 받는 JP모건 회장, 그룹권력 최정점 메릴 회장, 메릴 출신 모건스탠리 회장
지난 6월 운용자산 기준 찰스슈왑의 뒤를 잇는 증권사는 ▲JP모건(J.P.Morgan) ▲메릴(Merrill)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등의 순이다. 다만 세 회사 모두 운용 자산 규모 차이가 크지 않아 해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세 증권사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직전 CEO가 회장직에 올라서는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JP모건체이스의 운용자산은 4조달러(원화 약 5322조원)다. 현재 JP모건 체이스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이다. 현재 그는 약 770만주의 JP모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원화 기준 약 2조원이 넘는 규모다. ‘월가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1956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났다. 그리스계 미국인인 그의 집안은 대대로 금융권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는 주식 중개인, 할아버지는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제이미 다이먼은 터프츠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곧바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그는 1998년 당시 미국 최대 금융업체인 씨티그룹에 몸을 담았지만 사내 정치에 의해 퇴출됐다. 이후 CEO로서 경영을 이끌던 뱅크원이 JP모건체이스와 합병하면서 2005년 JP모건체이스 CEO에 임명됐다. 2006년 CEO에 임명된 지 1년만에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제이미 다이먼은 현재 미국 현지에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이미 다이먼을 재무부 장관으로 고려 중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이미 다이먼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문은 상당한 신빙성을 얻고 있다.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도 제이미 다이먼의 내무부 장관 발탁설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적 있다.
올해 6월 기준 메릴의 운용자산은 2.9조달러(원화 약 3858조원)이다. 메릴은 고액 투자자들에게 특화된 증권사다. 투자가능자산이 25만달러(원화 약 3억3200만원)이상인 고객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프리미엄화를 통해 이용 진입장벽을 높여 메릴 고유의 리서치와 전문상담, 그리고 매매 프로그램을 극소수에게만 제공하겠다는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메릴의 전신은 증권사 메릴린치다. 2007년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큰 손실을 입어 2008년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인수됐다. BofA는 메릴린치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해 ‘메릴’이라는 이름은 유지하고 있다. 메릴은 BofA로 완전히 흡수된 뒤 BofA의 회장 직속 증권 관리 기구로 운영되는 중이다. 현재 메릴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BofA의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인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이다. 3월 기준 브라이언 모이니한의 Bofa 주식 보유량은 240만주다. 원화 환산 시 약 1245억원의 규모다.
1959년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그는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로스쿨인 노트르담 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마친 후 로드 아일랜드 주의 최대 법률 회사인 Edwards & Angell LLP에 합류해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993년 플리트보스턴 은행에 법무 자문으로 이직하면서 금융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재직기간동안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며 자산관리 부서의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2004년 플리트보스턴이 BofA에 합병되면서 BofA의 글로벌 자산 및 투자 관리 부문 총 책임자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2008년 BofA가 메릴린치를 사들인 후 메릴의 CEO를 맡은 뒤 2010년 이사회의 만장일치에 따라 그룹 회장 및 이사회 의장직에 올라 지금까지 그룹 경영을 도맡고 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은 회장에 오른 뒤 메릴을 통해 BofA가 미국 대형 투자은행 중 하나로 거듭났다는 것을 이유로 메릴을 회장 직속 산하 기구로 전환했다.
올 6월말 기준 자산 규모만 1.4조원(원화 약 1862조원)에 달하는 모건스탠리는 뉴욕 타임 스퀘어에 본사를 둔 대형 투자회사다. 모건스탠리는 1935년 창립 첫 해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2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별의 등장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리먼 사태로 알려진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했지만 일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파산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 6월 기준 모건스탠리의 최대 주주는 지분의 24%를 소유한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이다.
현재 모건스탠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제임스 고먼(James Gorman)’ 회장이다. 7월 기준 제임스 고먼은 모건스탠리 주식을 56만8059주(원화 약 771억원) 보유하고 있다. 제임스 고먼은 1958년 호주 멜버른 출생으로 멜버른 대학교에서 법학 학사를 취득한 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MBA)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첫 경력은 1897년 입사한 미국의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다.
그는 맥킨지에서 10년 동안 메릴린치 경영·법률 컨설팅을 전담해 메릴린치의 온라인 역량 강화를 주도했다. 이후 1999년 메릴린치에 새로 신설된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합류한 뒤 2001년 메릴린치의 중개 업무 최고 담당자에 임명됐다. 고먼은 2006년 메릴린치를 떠나 모건스탠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전략 기획실 국장(2007년~2009년) ▲모건스탠리 CEO(2009년~2011년)를 거쳐 2012년 1월 회장직에 오른 뒤 지금까지 그룹 경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현재 그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이사이기도 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주식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금융 시장 중 하나로 미국 내 상위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뿐만 아니라 영국, 홍콩, 한국 등 전 세계 증시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해당 기관들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 만큼 수장에게는 충분한 전문성 외에도 높은 도덕적 자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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