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밀고 자리·권력 주고…군사정권 시절 빼닮은 ‘강호동의 농협제국’
선거 밀고 자리·권력 주고…군사정권 시절 빼닮은 ‘강호동의 농협제국’

최근 산업계 전반에 걸쳐 과도한 권력 쏠림 방지를 위한 지배구조 혁신 시도가 한창인 가운데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 조직은 여전히 특정인 중심의 권력 쏠림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계열사 의사 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 체제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특히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역시 취임 이후 각 계열사 비상임이사 자리에 현직 조합장 출신의 측근을 대거 앉히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어 악습에 가까운 관행 철폐가 시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악어-악어새 관계에 놓인 강호동 체제…부실 내부통제 최초 진원지 ‘중앙회 낙하산’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강 회장 선임 이후 농협 계열사 전반에 배치된 비상임이사들 대다수는 현 조합장 출신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앞서 중앙회장 투표에서 강 회장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 이른바 ‘강호동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지난 4월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에 발탁된 박흥식 이사는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다.

 

6월 농업생명보험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구상봉 이사 역시 현 북광주농협 조합장이다. 같은 날 임명된 조정현 함안축협 조합장, 김투호 동진강낙농축협 조합장 역시 각각 농협목우촌과 농업사료 비상임이사에 올라섰다. 지난 7월에는 강도수 월항농협 조합장과 이종근 부천시흥원예농업 조합장이 각각 NH농협손해보험과 NH농협캐피탈 비상임이사에 임명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들 중에는 해당 계열사의 주력 사업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한 인물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일례로 강도수 NH농협손보 이사는 2015년 월황농협 조합장에 선출되기 전 지역조합에 주로 근무한 경력 외에 보험업 관련 업종에 몸담은 적은 없다. 박흥식 농협금융지주 이사 역시 전직 농협중앙회 대의원 출신이다.

 

농협 각 계열사 비상임이사는 중앙회의 의중을 전달하고 이사회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농협금융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내부에선 금융지주 회장보다 막강한 권한을 지녔다는 점에서 ‘상왕(上王)’으로 여겨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 회장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는 인물이 비상임이사 자리를 대거 꿰찬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실상 ‘1인 천하’에 가까운 지배 구조 하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이 나올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특정인 중심의 과도한 권력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재계 전반의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종합경영분석회의’를 주재하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뉴시스]

 

금융 계열사를 비롯한 각 계열사에 대한 내부통제와 관리책임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농협중앙회장을 각 지역 조합장이 선출하는 상황에서 지역 조합장이 이끄는 이사회가 앉힌 임원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의 중론이다. 앞서 강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 당시 조합장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대거 내세운 바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농협의 출발은 협동조합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농촌과 농민을 위한 기구였지만, 농협과 별도로 운영되던 농협은행이 통합되면서 단위 조합장들이 전반적인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며 “중앙회 출신을 중심으로 한 경영 참여 관행이 계속되고 있어 전문성이 상당히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호동 중앙회장 중심의 과도한 권력쏠림 지적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전부터 계열사 비상임이사 자리에 조합장 출신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다수였다”며 “강호동 회장 선임 이후부터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 사안에 대해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각 금융계열사 비상임이사 자리에 조합장 출신들이 임명되는 이유는 농협에서 오래 근무를 했고 회사 시스템에 대해 정통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며 “각 계열사 별로 임원 선출 세부 규정은 상이하지만 대부분이 비슷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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