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국내 대형 게임사 펄어비스에 대한 목표가 하향 보고서를 내기 직전 자사 증권 창구를 통해 5일 연속 총 20만주가 넘는 펄어비스 주식 매도 주문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리포트 발간 전 대량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행보와 상당히 흡사한 행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모건스탠리 사례에 대해 선행매매 등의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매도리포트 직전 5거래일 연속 매도…KB증권도 ‘선행매매 의혹’ 모건스탠리와 유사 행보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KB증권 창구에서 펄어비스에 대한 매도 체결량은 20만3698주로 집계됐다. 일자별 매도 수량은 ▲11일(3만5940주) ▲12일(4만5254주) ▲13일(3만3473주) ▲19일(3만9298주) ▲20일(5만733주) 등이었다. 해당 기간 내내 매도량이 매수량을 압도하며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가 이어졌다. 20일 종가 기준 5거래일 간 총 매도 금액은 75억368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바로 직전의 투자 행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앞서 KB증권 창구에서는 매도행렬이 이어지기 직전 8거래일 연속 매수행렬이 이어지며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일자별 매수 수량은 ▲30일(1만6419주) ▲2일(7290주) ▲3일(1만4493주) ▲4일(2만8860주) ▲5일(1만5094주) ▲6일(1만7035주) ▲9일(1만2115주) ▲10일(2만7423주) 등이었다. 8거래일 총 매수량은 13만8729주로 해당 기간에는 매수량이 매도량을 크게 웃돌았다.
그런데 KB증권 창구에서 5거래일 연속 매도 물량이 쏟아진 직후인 23일 KB증권은 ‘펄어비스’에 대한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발표했다. 실적악화를 이유로 목표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5만2000원으로 13.3%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펄어비스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84억원, 영업적자는 124억원이다”며 “영업이익 기준 컨센서스 –85억원을 하회할 것이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KB증권의 행보를 두고 앞서 모건스탠리가 보인 행보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비중확대’에서 ‘축소’로 변경했다. 그런데 보고서 발표 이틀 전인 13일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0만여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밝혀져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스레 KB증권의 행보를 두고도 의심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목표가 하향 리포트 발표 시점을 물량 정리 이후로 미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분석 기업의 실적 추정치는 리포트 발간 수일 전에 이미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모건스탠리의 SK하이닉스 매도 의견 보고서 관련 위법 행위와 관련해 증권사의 이상거래에 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내부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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