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에 속타는 韓…집값·가계부채 우려에 금리인하 ‘고심’
美금리인하에 속타는 韓…집값·가계부채 우려에 금리인하 ‘고심’

미국 연준이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저물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집값 상승과 가계빚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강행할 경우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0.24%로 전월 대비(0.15%)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국 주택가격 월간 동향은 지난해 11월(0.04%)부터 지난 5월까지 하락하다가 7개월 만인 지난 6월(0.04%) 상승으로 다시 전환, 7월(0.15%)에 이어 이달까지 3개월째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수도권 주요지역 선호단지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상승거래가 발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택 매매의 경우 신규 입주 물량의 영향을 받는 지방은 하락했지나, 서울·수도권은 신축·대단지 중심으로 상승거래가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지난달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0.40%➞0.53%) 및 서울(0.76%➞0.83%)은 상승 폭이 확대됐고, 지방(-0.08%➞-0.04%)은 하락 폭이 축소됐다. 5대 광역시(-0.19%➞-0.13%), 8개도(-0.01%➞0.02%), 세종(-0.46%➞-0.1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0.83%)은 가격급등 단지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매물소진 속도가 둔화하기도 하나, 선호 지역 신축·대단지를 중심으로 매매수요가 꾸준히 오르면서 집값 상승이 이어졌다.

 

특히 강남의 경우 서초구(1.89%)는 잠원·반포동 한강변 선호단지 위주로, 송파구(1.59%)는 신천·잠실동 위주로, 강남구(1.36%)는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영등포구(1.09%)는 신길·여의도동 위주로 상승하는 등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외 수도권에서는 경기(0.36%)는 지역별로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과천시·성남 분당구 위주로, 인천(0.43%)은 서·동·미추홀구 주요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지방에서는 강원(0.17%)은 춘천·삼척시 준신축 위주로, 전북(0.12%)은 정읍·전주시 위주로 상승했으나, 대구(-0.33%)는 공급물량 영향 있는 달서구·달성군 위주로, 세종(-0.18%)은 새롬·다정동 위주로, 제주(-0.15%)는 매물적체 영향이 있는 제주시 위주로 하락했다.

 

전국적인 집값 상승뿐 아니라 가게부채 또한 한국은행이 쉽사리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8000억원 증가했다. 7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5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고강도 대출규제가 이뤄지기 전 막차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이달부터 시행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 적용하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금리인하 압박받는 한국은행, 집값 상승·가계대출 확대 ‘고심’

 

한국은행은 내달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심리는 어느정도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자칫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내달 11일 예정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앞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지표가 안정돼야 금리인하가 가능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다”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전체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소득과 비교해 너무 오르면 버블(거품)이 꺼지는 걱정뿐 아니라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부동산에 대출 등으로 돈이 몰렸다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가 왔다”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게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기·속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인으로도 금융안정 리스크와 경기를 지목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과 비교해 이미 역전된 상태라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5%인 반면 미국읜 기준금리는 50bp를 인하했음에도 5.00%로 아직까지 한국이 1.5%p 낮다.

 

특히 은행별 대출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8월 기준 3.36%로 전달 대비 0.06%p 하락했다. 이미 시장에선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내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인하로 인한 여파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거라는 분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미국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긴 하지만 상품금리에서 이미 금리인하 요인이 선반영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도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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