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 감독이 경질된 이후 5개월 넘게 공석이던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에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가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잘 짜인 대본 같았다”라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을 강도 높게 폭로하고 나서 이를 본 국내외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본인을 JP스포츠 대표라 밝힌 전 피에트로는 19일 오전 자신의 SNS에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며 “한국 축구협회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국가대표 선임을 위해 접촉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라는 취지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전 대표는 “감독 후보에 올랐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마지막까지 축구협회의 답신을 기다렸으며 연봉과 (국내) 거주 조건 등 모든 요구에 승낙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를 무시하고 허위 사실도 언론을 통해 퍼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르나르 감독은 협회의 무례한 처리 방식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결국 제가 직접 감독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프랑스 축구협회와 계약이 만료된 르나르 감독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과 함께 차기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 중 하나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2012년 잠비아, 2015년 코르디부아르 감독을 맡아 두 차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2019년에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개최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본선으로 이끌었다. 특히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입장문에서 전 대표는 “이미 짜인 대본처럼 홍명보 감독의 선임이 결정됐으며 협회의 불투명한 행정 절차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며 “유로 스페인 우승을 거둔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과의 만남도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에게도 제안했지만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를 향해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나 자기반성이 없나. 일을 조금 더 제대로 할 수는 없냐”며 “당신들은 한국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축구에 접근할 권리가 없으며 정보를 통제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누리꾼들 모두 용기 있는 행동을 한 전 대표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전 대표의 글에 댓글을 남긴 해외 누리꾼 jakobdorof는 “한국 축구나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아는 게 없지만, 당신이 진정으로 비윤리적이라고 믿는 것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며 “나는 당신이 힘과 신념을 넘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국 누리꾼들도 한국 축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한 전 대표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협회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까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리꾼 xogudd3는 “한국인으로는 마지막이지만, 에이전트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으니 끝까지 힘내주시길 바란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 축구협회가 투명한 운영과 공정한 시스템을 갖춘 더 좋은 협회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하며 앞으로 달라질 축구 협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치러진 2번의 경기 중 팔레스타인과 치룬 1차전에서 0대 0 무승부에 그쳤지만, 오만 원정에서는 3대 1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이후 누리꾼들은 “한국 축구가 후퇴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이후 에이전트까지 나설 정도로 뒷말이 무성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등을 포함한 10여 명의 증인과 참고인이 오는 24일 국회 현안질의에 소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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