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이 미국 에너지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각 계열사들마다 친환경 사업에 맞춘 체질 개선을 통해 미국에서 미래먹거리 물색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현재 DL그룹 각 계열사들은 △소형원자로(SMR) △천연가스 발전소 △친환경 오일 등 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DL그룹이 미국 에너지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칩스법 등에 따른 대규모 공장 건립과 전기차 보급, 인공지능(AI) 기술 상용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지구 온난화 등의 여파로 전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량 큰 변화가 없던 미국 내 전력 수요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 역시 인공지능(AI), 제조업, 전력망 구축 등에 여파로 향후 몇 년간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이면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8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전소부터 SMR까지…미국에서 에너지 산업 포트폴리오 늘리는 DL그룹
인데크 나일스(Indeck Niles)는 DL그룹 내에서도 미국 에너지 사업 최전선에 있는 계열사다. 총 사업비 10.5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소유 중이다. 해당 발전소에서는 1085MW 규모의 전기가 생산된다. 10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사용하다 보니 석탄 발전소보다 탄소 배출량이 90%가량 적은 것이 특징이다. 해당 발전소에선 향후 35년간 매년 5억달러(약 6644억) 가량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프로퍼티샤크 등 미국 부동산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해당 발전소는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해 있으며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등 미국 동북부에 전력을 공급한다. 발전소 부지 면적은 125만5972m²(약 38만평)이다. 해당 부동산의 시장 가치는 2837만6200달러(한화 약 377억원)에 달한다. 해당 발전소는 DL그룹이 부지 매입부터 발전소 건설, 상업 운전까지 전 과정을 손수 도맡아 진행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 내 에너지 사업을 주도할 역량을 지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이유다.
DL그룹은 펜실베니아주 빈코에 위치한 페어뷰(FairView) 복합화력발전소도 가동 중이다. 빈코는 양옆으로 필라델피아 최대 도시인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를 두고 있으며 남서쪽으로는 워싱턴 DC와 볼티모어 등 대도시가 있다. 발전소로는 최적의 장소다. 천연가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에서는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생산된다. 해당 발전소 부지 면적은 35만6816m²(약 11만평)이며 부동산 가치는 341만2000달러(약 35억원)에 달한다.
DL그룹은 기존 형태의 발전소 뿐 아니라 미래 기술을 활용한 발전소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인 DL이앤씨는 최근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엑스에너지는 물이 아닌 새로운 냉각재를 적용한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엑스에너지가 개발 중인 대표 모델인 ‘Xe-100’은 단일 용량 80e 4개 모듈로 구성돼 있으며 총 발전 용량은 320MWe에 달한다.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력 부족에 허덕이는 미국…차기 대권주자들 모두 ‘전력난 해결’ 공감대
DL그룹이 미국 에너지 시장 공략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지역은 북동부다. 현재 가동 중인 천연가스 발전소 역시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미국 에너지 시장은 서부, 동부 텍사스 등 3개 권역으로 분류되며 서로 독자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중 북동부 13개 주는 유독 전력 소비량이 높은 탓에 만성적 전력 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기후 온난화로 인한 에어컨·난방 사용량 증가로 에너지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에너지 사업 전망이 그만큼 밝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얼마 전에도 북동부 6개 주 750만 가구가 전력 부족 사태를 겪었고 결국 전기요금도 MW/h당 1993달러(약 265만원)까지 올랐다. 미국 평균 대비 10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미국의 에너지 사업은 사업 전망 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미국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차기 대선 영향 또한 거의 받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멜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모두 에너지 수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모든 에너지원 개발 및 발전소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전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해리스 후보 또한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기조를 이어받아 미국 내 에너지 및 전력 인프라를 대폭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DL그룹이 미래먹거리로 미국 에너지 시장을 선정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방산 기업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미국 나일스 천연가스 발전소, 페어뷰 천연가스 발전소 등 신규 프로젝트의 양호한 투자 성과가 2020년 이후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DL그룹의 영업이익 규모가 확대됐다”며 “미국 전력시장 호조와 더불어 양호한 영업실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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