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기업이자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전자를 향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서민의 안전자산으로 일컬어지던 삼성전자 주식의 외면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주력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도 하락하는 추세다. 소위 ‘안방’이라 불리는 내수 시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종의 ‘발판’으로 여겨지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 유도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민주’ 투자 매력도 감소에 소액주주 이탈 가속화…‘출시=대박’ 신제품 공식도 흔들
‘국민주’라 불리며 주식투자 1순위로 꼽히던 ‘삼성전자’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총 424만7611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주식 투자 열풍이 불던 2022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무려 601만4851명에 달했다. 불과 2년 전에 비해 30% 가량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2022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6월 566만8319명, 지난해 12월 467만2039명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주가가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03% 하락한 6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6만66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장 중 한때 시가총액(이하 시총) 400조원도 붕괴됐다. 삼성전자 시총이 3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7만전자(7만원대)’ ‘8만전자(8만원대)’ 등의 신조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품 선호도도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갤럭시Z6 시리즈의 판매량이 전작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전망치 일부를 하향 조정한 상태다. 최신 스마트폰 제품들이 사전 판매 시점부터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판매량을 보인 탓이다. 갤럭시Z6 시리즈의 국내 사전 판매량은 91만대로 전작(갤럭시Z5 시리즈) 대비 11만대 감소했다. 관련업계에선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아이폰16가 시장에 풀릴 경우 갤럭시Z6 시리즈의 판매량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3 프로’ 역시 정식 판매 전부터 품질 논란에 시달리면서 고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삼성전자 품질경영 신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문제 발생 시 즉각 환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 진 후였다. 여론 안팎에선 ‘믿고 쓰는 삼성전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직장인 한재훈 씨(32·남)는 “주변을 보면 확실히 과거에 비해 ‘삼성전자면 뭐든지 안심이다’는 말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주가도 영 맥을 못 추고 주력 제품에 대해서도 악재에 가까운 이슈들이 나오다 보니 갈수록 안 좋은 인식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 내수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며 “추락한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한지은 씨(22·여)는 “요즘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다 보니 제조사나 브랜드 인지도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요즘엔 예전처럼 ‘한국 사람이면 무조건 한국 제품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진 만큼 국내 1위 기업들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타 기업에 비해 상징성이 높은 삼성전자의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자체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소액주주의 이탈이 심화된다면 ‘국민주’라는 인식도 약화되고 이는 자연스레 제품 충성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국가대표 기업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며 “삼성전자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무조건적인 투자를 단행한 개인들도 다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수 시장을 근간으로 한 사업 확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들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며 “안방시장에서의 위상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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