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미 연준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주 미국 제조업과 고용지표가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급락하자 아시아 증시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전세계 증시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에도 한국의 증시는 대체로 상승보단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금리인하는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만큼 증시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커지는 시장 변동성 등이 한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고용지표 악화에 쏟아져 나온 투매…코스피 2500선마저 위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 기준 2517.74로 전일 대비 1% 이상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2498.67로 2500선이 무너진 채 출발했다가 이후 낙폭을 줄이면서 2500선은 회복했지만 증시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있음에도 반등은 커녕 오히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배경에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미국의 비농업고용지표는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하면서 시장예상치였던 16만4000명을 밑돌았다. 마차가지라 민간 비농업부문 고용도 11만8000명을 기록하면서 시장예상치였던 13만9000명보다 낮았다.
미국 고용지표는 경기침체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뉴욕증시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6일 S&P 지수는 전일 대비 1.73% 하락한 5408.42를 기록했고, 기술주가 모인 나스닥지수는 무려 2.55%하락한 1만6690에 장 마감했다.
그간 주가가 급등했던 대형 기술주 위주로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AI 반도체 대장주로 증시를 견인했던 엔비디아는 무려 4.1% 하락했고, 아마존은 3.7%, 메타 3.2%, 알파벳 4.1% 등 모두 3% 넘게 급락했다. 양호한 실적을 냈던 브로드컴은 향후 실적 전망에서 전년 대비 51% 증가한 수치를 제시했지만 시장 기대치엔 못미친다며 무려 10.36% 하락하기도 했다.
금리인하를 앞두고 상승을 점쳤던 미국 증시가 고용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최근 미국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 증시를 견인했던 종목은 AI 반도체주인데, 이들 종목은 대부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필수재가 아니다보니 경기침체 시기에 가장 먼저 구매를 줄이게 되고, 이는 반도체 기업 매출에 직격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 증시에선 지난달 5일 전 세계 증시가 급락했던 이른바 ‘블랙먼데이’ 공포가 재연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리인하를 앞두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등 주가에 긍정적 영향이 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구조상 증시 역시 하락을 면치 못할 거라는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8월 비농업취업자수가 예상을 하회하자 미국 증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광범위한 매도세에 하락 마감했다”며 “외국인 수급 부재, 반도체 약세, 커진 경기 둔화 압력은 증시 하방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美 금리인하 시기마다 韓 증시 상승보단 하락…美경기 연착륙 관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한국 증시의 향방이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에도 한국 증시는 상승보단 하락했던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만을 염두한 채 투자에 나서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0년대 이후 미국은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의 이유로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 기간 중 한국 증시가 오른 건 닷컴버블 붕괴가 발생했던 시기에 그쳤다. 2001~2003년 미국 증시는 약세를 그렸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32.8% 올랐다.
그러나 닷컴버블 시기를 제외하면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대체로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2007~2008년 말까지 코스피는 40% 하락했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던 2019~2020년에도 코스피는 17.6% 하락했다. 사실상 한국 증시의 향방이 미국의 금리인하보단 미국 경기의 연착륙에 달렸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 연준의 금리인하 발표뿐 아니라 미국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당분간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채 눈치싸움 장세로 흘러갈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경기가 침체로 이어질 지 단기간 부진한 뒤 반등할 지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 센터장은 “코스피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월초반 방향성 탐색을 위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며 “금리발표 이후인 이달 17일~18일 기업실적 개선세를 확인하면서 2700포인트 재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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