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이번 경기는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임과 동시에 아시아에 배당된 월드컵 본선행 티켓 8.5장 중 6장의 주인공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들어섰지만 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홍명보 감독의 이름이 불리자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킥오프 전에는 ‘피노키홍’,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등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조롱하는 비판 걸개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경기 중간 중간 그의 얼굴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야유가 터져 나왔다.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이 정식 추천 절차 없이 이임생 기술이사가 독대한 뒤 일방적으로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축구 팬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축구 팬들은 홍명보 감독에게 야유를 쏟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예매한 이번 경기의 티켓을 취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축구 협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기 시작 전 홍명보 감독을 소개할 때 야유로 환대했던 한국 팬들은 홍명보 감독이 경기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의 비난 견뎌나가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보고 분노를 더욱 참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위터리안 @samsickim는 “홍명보 감독님 견뎌나갈게 아니라 그냥 나가세요. 그 자리는 견디는 자리가 아니라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입니다 ^^”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누리꾼 김중환 씨도 “어제 한국판 클린스만의 축구를 보았다”며 “중국은 선수탓이라고 하지만, 우린 지금 우리 축구 역사상 최강의 멤버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졸전을 치뤘다고 생각하니 홍명보 감독 여러모로 참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이후 취재진이 한국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에게 홍 감독에게 많은 야유가 쏟아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손 선수는 “많이 속상하고 많은 팬 분들의 입장을 내가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들도 감독님의 옷을 입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팀을 생각한다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리는 게 팀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황인범 선수는 이러한 팬들의 반응을 이해한다며 “쓴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그게 변명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홈경기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잘못은 감독이 했는데 선수가 사과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왜 선수들이 사과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감독인지 모르겠고 선수들이 대단하고 불쌍하다”고 말하며 선수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에게 야유를 보내는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국내 누리꾼에 이어 해외 누리꾼들도 홍명보 감독과 축구 협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날 동시에 열린 일본과 중국 경기도 함께 관람한 것으로 보이는 한 유튜브 이용객 @hs3rx6vu3f는 “한국 축구랑 중국 축구를 둘 다 보니 한국이 중국을 앞선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한국과 중국 축구를 비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인 @lg5cn6zh3o도 “감독의 부재에서 저 정도면 기대 이상으로 매우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누리꾼 @ye2th3co9g는 “현재 팔레스타인 전쟁 중인데 정말 대단하다”며 “심지어 팔레스타인 골키퍼 소속팀도 없어서 혼자 1년 동안 훈련 했다고 하는데 엄청 잘 막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중이라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이랑 비기다니 팔레스타인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며 아시아 축구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비긴 팔레스타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다.
드물지만 해외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22년부터 웨일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롭 페이지도 축구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웨일즈 국가대표팀은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하위팀으로 손꼽히는 지브롤터 축구 대표팀과 0:0으로 비긴 이후 치른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는 경기 내내 우위를 점했지만 4:0으로 참패했다.
경기 이후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페이지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갔으며 실제로 페이지는 원정 경기에서 웨일즈 팬들에게 야유를 받으며 경기장에서 퇴장당하기도 했다. 이에 많은 웨일스 팬들은 올해 말에 열리는 UEFA 네이션스 리그를 앞두고 감독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이끌었던 호지슨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축구 팬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그의 전술과 선수 기용에 큰 불만을 나타냈고 경기 주 관중들의 야유가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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