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가 제품 홍보에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집게손가락 사용을 주의해 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가 되레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젠더이슈에 피로함을 느낀 여론에서는 과대해석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우유 또한 특정 성별을 혐오하기보다 성별 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최근 플랫폼 REVU에 올린 ‘더 진한 그릭요거트 소프트’(그리스식 요구르트) 홍보 캠페인을 하면서 인플루언서들에게 ‘의약적 효능을 언급하지 말고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하지 말라’는 등의 주의사항을 몇 가지 안내했다. 그리고 주의사항으로 “요거트 뚜껑을 열거나 패키지를 잡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손동작 사용 주의 부탁드립니다”고 당부한 문구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서울우유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손동작’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는 집게 손 모양을 말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해당 손 모양은 극성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서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며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돼 남성혐오의 상징으로 주로 사용된다.
기업 입장에서 손가락 논란에 발을 담그는 것 자체가 매우 치명적이다. 해당 손가락을 사용했다면 남성혐오로, 쓰지 말라고 말했을 때는 여성혐오가 되는 비이성적인 흑백 논리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처음부터 성별 논란을 일으킬 만한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다.
최근 손가락 논란을 일으킨 르노코리아의 경우 신차 출시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한 홍보 직원이 영상에서 집게손가락 제스처를 취했고 결국 사과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해당 사태 이후 부산 지역 딜러샵 예약이 절반 가까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우유도 현재 논란에 대한 반응이 크게 나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앞으로 서울우유만 먹을 것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불매운동의 기조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남성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손가락을 피하려고 했던 태도가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우유를 마실 일이 있다면 서울우유로 마실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 커뮤니티 누리꾼은 “옛날에 여자들을 젓소에 비유했던 광고를 내보냈던 기업이 또 여성을 억압하려 든다”며 “앞으로 서울우유는 내 냉장고에 없을 것이다”고 불매를 강조했다.
다만 특정 커뮤니티를 제외한 대부분 소비자는 이를 두고 혐오사회의 부작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성별 혐오에 너무 심취해 확대해석이 지나치단 지적이다. 실제로 젠더이슈가 심해진 시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혐오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일례로 넥슨의 인기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일부 일러스트에서 남성혐오 손가락 모양이 다수 포착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일러스트들은 페미니즘이 국내에 유행하기전인 2015년 그려진 그림으로 밝혀지면 논란이 종식됐다.
올해 출시된 신작 모바일게임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에서도 남성혐오 손가락으로 의심되는 일러스트가 발견됐지만 많은 공감을 받지 못했다. 해당 일러스트에 어울리고 충분히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포즈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일부 유저들을 제외한 대다수 유저들은 ‘억지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우유의 손가락 주의사항 또한 남녀혐오 사사 이전에 기업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충분히 취할 수 있단 조치란 의견이 대다수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이익집단인 기업이 수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상을 피하려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특정 사상을 노출을 안 한다는 것이 어떻게 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서울우유가 특정 성별을 혐오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젠더이슈같이 민감한 이슈는 한번 소비자 뇌리에 박히면 쉽게 빼낼 수가 없다”며 “애초에 해당 이슈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이 사진을 올릴 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가이드라인을 얘기했던 것이다”며 “모든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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