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사태’ 열쇠 쥔 우리금융 이사회, 과점주주 향하는 금감원 시선
‘손태승 사태’ 열쇠 쥔 우리금융 이사회, 과점주주 향하는 금감원 시선

최근 우리금융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현 경영진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제시한 해결 방안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을 넘긴 우리금융 이사회의 독립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뚜렷한 입장을 밝힌 금감원은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상태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선 관찰 범위를 과점주주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현 경영진도 책임” 입장 못 박은 금감원장, 최종 결정권 부여 받은 이사회는 ‘정중동’

 

현재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현 경영진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못 박은 상태다. 최근 이 원장은 기자들과의 만나 “전임 회장 관련 대출이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조직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현 경영진의) 매니지먼트 책임이 있지 않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종 결정의 공을 이사회와 주주들에게 넘겼다. 그는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판단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할 몫이지 저희들(금융당국)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확실히 밝히면서도 민간 금융사의 경영적 판단에 대한 개입에는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우리금융 이사회, 즉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진 과점주주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그러나 금융권 안팎의 여론은 이사회가 금융당국과 일치하는 결론을 내릴 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우리금융 이사회가 보인 모습에 비춰볼 때 현 경영진의 의중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크고 작은 결정에 있어 일관되게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 비판까지 받아 온 이사회가 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과점주주 추천 인사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초부터 가장 최근인 올해 상반기까지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모든 안건에서 단 한 건의 반대표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5월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인수(자회사 편입) 안건이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도 시중 증권사가 추천한 이사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자회사 편입에 따른 일시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순 있지만 막강한 경쟁사의 등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마냥 달가울 수만은 없는 사안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금융 이사회가 현 경영진에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현 경영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며 “전임 회장의 부적정 대출과 같은 금융사고를 유야무야 넘긴다면 과점주주 체제도 내부통제에 취약하다는 걸 반증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의 부적정 대출 사건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처음부터 발생하지도 않았던 일인 만큼 이제 와서 이사회가 현 경영진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할지 의문이다”며 “지배구조상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안인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서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금융당국 안팎에선 당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이사회의 판단을 지켜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찰 범위를 과점주주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금감원 전직 간부는 “금감원 입장에선 관치금융 논란 때문에 민간기업 경영의 깊숙한 개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결국 분위기나 기조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쳐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식인데 그럼에도 변화가 없다면 금감원 입장에선 책임이 있는 주체들에 대해서도 한통속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금감원은 원장이 직접 본인 입으로 우리금융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며 “이미 손 회장 관련 사안 외에도 우리금융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사회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금융당국 차원에서 관리·감독 부실 등의 책임 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대응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지배구조체계 상 경영진 견제가 작동하지 않은 부분 등도 면밀히 살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감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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