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하 신한투자)을 향한 소액·서민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리포트를 발표한 날 해당 증권사 계좌에서 해당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권사 보유 물량을 매도했다면 사실상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고객 요청에 의한 매도일 경우일지라도 사실상 리포트 자체가 신뢰를 잃은 것과 다름없기 없기 때문에 달가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특히 일각에선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부실한 내부통제에 따른 기업의 신뢰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신한투자 ‘현대차 매수’ 리포트 발표 당일 신한투자 계좌서 159억 현대차 주식 매물 쏟아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어제(5일)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1.51% 하락한 22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장중 2.3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마감으로 장을 끝내면서 기간 내 주가는 11.6% 내렸다. 현대차 주가 하락의 결정적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이 일제히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증권회사, 은행, 보험회사, 투자신탁회사 등의 기관투자자는 최근 6거래일간 80만주에 가까운 매도 물량을 풀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29일부터 5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9만6606주, 78만370주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110만841주를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기관 투자자 중에서는 신한투자 계좌의 매도세가 뚜렷했다. 최근 6거래일 동안 신한투자 계좌에서는 현대차 주식의 매도와 매수가 반복해서 나타났고 최종적으론 총 8만5449주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신한투자 계좌에서 현대차 주식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은 신한투자 소속 한 연구원이 ‘이 길이 맞았다’라는 제목의 현대차에 관한 매수 리포트를 발표한 날과 일치한다.
해당 리포트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36만원을 유지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향후 최저 주당배당금 연간 1만원을 제시해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했다”, “불확실한 업황에도 투자 확대 및 수익성 확보에 대한 기업의 자신감이 올라왔다” 등의 분석이 담겼다.
리포트 발표 당일인 29일 현대차 주식의 거래량은 164만6679주를 기록했다. 거래량 150만주를 돌파한 것은 지난 7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해당 주식에 관한 투자 수요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같은날 신한투자 계좌에서는 현대차 주식 6만1585주가 매물(순매도)로 나왔다. 이날 종가 기준 159억1972만원 규모다.
한 소액주주는 “주식 투자에 있어 개인이 특정 종목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의 분석을 크게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증권사가 특정 기업 주식의 매수 리포트를 낸 직후 해당 증권사 계좌에서 해당 기업 주식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관련,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매수 리포트가 발표된 신한투자 계좌에서 순매도 정황이 포착된 것은 일반적으로 의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며 “기업이 애널리스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가 리포트는 투자자들에게 판단의 기준이 된다”며 “매수 리포트를 발표한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매수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그날 바로 보유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은 투자자 기만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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