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생소한데 미국선 잘 나가네…농심 메가마트의 ‘특별한 차별화’
한국선 생소한데 미국선 잘 나가네…농심 메가마트의 ‘특별한 차별화’

국내 소비자들에겐 ‘라면 회사’로 유명한 농심이 미국에선 예상 밖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메가마트’를 앞세워 미국 유통업계를 공력하고 있다. 특히 적자를 기록 중인 국내와는 달리 미국 지점들은 꾸준히 흑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농심 역시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넘어 K-푸드에 열광하는 미국 소비자로까지 공략 대상을 늘려나가고 있다.

 

미국 한인마트 양지로 끄집어낸 메가마트, 백화점·대형마트 옆에서 차별화로 승부수

 

유통업계, 농심 등에 따르면 국내 메가마트의 경우 7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메가마트 영업적자는 9억원이었다. 반면 메가마트 미국법인(MegaMart Inc)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미국 메가마트는 당기순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33억원) 대비 48.4% 증가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메가마트가 미국 내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는 ‘차별화 전략’이 꼽히고 있다. 미국 내 한인마트의 주 소비층은 주로 교포, 유학생 등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다. 외국인 고객이라고 해봐야 중국인, 일본인 등 동아시아 고객이 전부다. 자연스레 미국 내 한인마트는 주로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등 아시안 커뮤니티에 자리하고 있다. 간혹 아시안 커뮤니티가 아닌 곳에 위치해 있더라도 대부분 소수 인종 밀집 지역이다.

 

그러나 메가마트는 정반대 전략을 취했다. 일례로 2010년 오픈한 메가마트 조지아 애틀랜타 1호점의 경우 지역 내에서도 유동인구 많기로 유명한 메이시스 백화점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 백화점 앞은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만남의 장소’로 여겨졌다. 덕분에 메가마트를 찾는 고객들도 인종 구분 없이 다양한 편이다.

 

미국에는 총 5개의 메가 마트가 있다. 1호점을 제외한 모든 매장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등에 위치해 있다. 1호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매장은 인근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지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문을 연 프리몬트 3호점 지척에는 ‘타겟’과 ‘트레이더 조’가 있다. ‘타겟’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할인마트다. ‘트레이더스 조’는 잡화점으로 다양한 PB상품으로 유명하다. 메가마트는 이들 두 매장과 확실한 차별점을 지닌 덕분에 경쟁은 피하면서 유동인구 밀집 효과는 톡톡히 누리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올해 오픈 예정인 4호점과 5호점의 입지 조건은 더욱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바로 밑 세라몬트 지역에 오픈 예정인 메가마트 4호점은 소위 ‘맛집 거리’로 불릴민한 곳에 위치해 있다. 4호점이 입점이 예정된 자리 인근에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인 앤 아웃버거부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씨팟 데일리 시티, 씨즐러 등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이 즐비하다. 반경 1.5km 내에는 코스트코, 타겟, 유기농 전문 마켓 등도 자리하고 있다.

 

듀블린 5호점은 3호점과 마찬가지로 ‘타겟’ 매장을 이웃으로 두고 있으며 건너편에는 샌프란시스코 프리미엄 아웃렛이 위치해 있다. 해당 아웃렛에는 폴로 랄프로랜, 버버리, 코치 등 명품 매장이 입점해 있다. 북쪽의 웨스트포트 빌리지는 미국 중산층들로 형성된 동네로 약 5만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평균 소득은 9만3000달러(한화 약 1억2400만원)으로 미국 평균 소득(5만9000달러)보다 높다.

 

낯선 메뉴 팔면서 인테리어는 최대한 익숙하게…메가마트만의 ‘新개념 세계화’ 적중 

 

▲ 유기농 식품 마켓을 표방한 메가마트 매장 내부. [사진=메가마트]


미국 메가마트의 차별화 전략은 입지뿐 만이 아니었다. 메가마트는 다른 한인마트와 마찬가지로 한국 제품들을 주로 판매하면서도 매장 인테리어 등의 부분은 철저히 현지화를 시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K-POP 영향을 받아 한인마트에 호기심이 생긴 현지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매장을 찾을 수 있게끔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가마트 서니베일 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트레이시 씨는 “평소 드라마에서 보던 한국 제품을 쇼핑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다른 아시안 마켓들과 달리 깨끗하고 분위기가 화사해 쇼핑하면서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지점의 옐프(Yelp) 평점은 5점 만점에 4.3점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덕분에 메가마트에서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반찬 종류 제품의 판매량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마트 반찬 코너에서는 양념갈비, 불고기, 제육, 나물, 김치, 젓갈, 잡채, 김밥 등 한국 색채가 짙은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다. 산호세에 거주하는 스테파니 씨는 “다양한 아시아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며 “지난번에 구매했던 불고기가 인상적이어서 다음에는 조금 더 모험적인 반찬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고 전했다. 

 

▲ 메가마트에서 판매하는 불고기와 소주케이크. [사진=Yelp]

 

미국 메가마트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식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다. 메가마트에 입점한 레스토랑에선 한국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지점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한국식 치킨과 떡볶이 등의 분식류부터 된장찌개 등과 같은 전통 음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 중이다. 베이커리의 경우 미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국식 빵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소주병 모양의 ‘소주 케잌’은 현지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 케이크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켈리(Kelli) 씨는 “친구 생일에 기념으로 소주 케이크를 선물했는데 주변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었다”며 “술병을 데코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가마트의 미국 진출 성공의 핵심 비결은 과감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습성이 있는데 메가마트가 미국에서 그것을 충족해 준 것 같다”며 “한국적인 요소로 차별화를 주는 동시에 현지 친화적 운영을 시도한 것이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이지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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