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뿐 아니라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투자처인 주식의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성급하게 투자에 나설 경우 원금 손실 우려가 크다. 반면 예·적금은 원금 손실 우려는 없지만 수익률 역시 미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다양한 재테크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투자안정성은 물론 소액으로도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볼 수 있는 한우 조각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한우 송아지를 투자한 금액 만큼 분양받은 뒤 20~26개월가량 키워서 성체가 되면 팔아서 이익을 내는 구조다.
꾸준히 성장하는 한우 시장…원금 손실 없는 안정적 투자처 주목
한우 사육 시장은 연간 90만 마리의 송아지가 생산될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다. 국내 소비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제대로 알아보고 투자만 한다면 예·적금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우 가격이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금은 보장되지만 생각보다 미비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출시된 ‘뱅카우’는 투자자와 한우 축산 농가를 이어주는 ‘한우 투자 플랫폼’이다. 송아지를 매입해 한우가 되면 경매해 매각차익을 얻는 투자 상품으로 송아지의 1%~100%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해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가 공모를 통해 송아지를 취득하면 농가가 대신 사육하고 약 2년 후 송아지가 한우 성체로 자라면 경매를 통해 한우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발행된 전체 증권의 비율대로 매각차익금을 얻을 수 있다.
한우자산플랫폼 뱅카우에 따르면 뱅카우 펀딩을 통해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8~9%에 달한다. 지난해 1월 매각한 소는 569일 간의 사업 기간 중 24.0%의 수익률을 냈고, 이후 3~7월 매각 건에서는 5~7%대 수익률에 그쳤다. 9월 매각한 95마리 소의 수익률은 0.2%에 불과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큰 셈이다.
단 경매에 넘어가기 전 투자자가 투자금을 환급받기를 원할 경우에는 원금의 약 10%를 차감한 뒤 돌려받는 것이 가능하다. 한우 재테크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경매를 통해 한우 자산을 현금화한 이후에나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어겼기 때문에 패널티를 부여받는 것이다.
구제역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가축이 폐사했을 경우 한우 농가가 들어놓은 가축재해보험으로 투자 원금은 100% 보장받는다. 또한 농가의 부주의로 한우가 폐사하거나 병에 걸려 한우가 폐사하더라도 투자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살아있는 송아지에 투자하는 만큼 2년 뒤 경매에서 기대한 등급이 나오지 않거나 일시적인 한우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낮은 경매가에 팔려 기대한 수익률에 미치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장해주기 때문에 원금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장점과 단점 분명한 한우 재테크…신중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모든 재테크가 그렇듯 한우 재테크도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장점만 존재하는 재테크는 없다며 투자 전에 충분한 조사를 통해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한우 재테크를 해본 투자자들은 송아지를 분양받아 성체가 될 때까지 지켜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일반적인 재테크와 다른 점 중 하나로 꼽는다.
또 한우는 한국에서 꾸준한 수요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가격 변동이 비교적 적다. 특히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한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해 평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안정적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주식이나 코인은 1년 후 수익률을 예측할 수 없지만 2년 뒤 반드시 판매해야 하는 한우 재테크는 확실하게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요소로 보인다.
지난 6월에 새로 한우 재테크를 시작한 노영은 씨(30·여)는 “처음 투자한 이후 2달이 지났는데 다른 재테크에 비해 한우 재테크는 주식이나 부동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재테크 수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 씨는 “소가 경매에 넘겨질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한 번에 큰돈을 벌지 못 해서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손실이 없는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느낀다”며 “또 내 눈으로 소가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다른 재테크와 다른 점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다른 재테크들과 달리 매일 송아지를 분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 기간을 놓치면 재테크를 할 수 없다. 또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투자 시장이라고 하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가지고 재테크를 하는 만큼 외부 변수로 인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2년 동안 투자했지만 송아지 구입 당시보다 소 값이 많이 떨어질 경우 수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송아지를 분양받았던 최영진 씨(36·남)는 “21년도에 500만원 송아지 한 마리를 5만원에 조각투자 했다”며 “23년에 910만원에 판매됐지만 송아지 구입비, 사육비, 경매 비용까지 계산하면 120만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손실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원금을 보장받아 좋기도 했지만 2년간 재테크를 했는데 1원의 수익이 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크게 손실은 나지 않지만 한우 재테크도 어쨌든 재테크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보고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홍주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한우 조각투자는 요즘 청년세대들은 특별한 재테크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청년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상품으로 보인다”며 “청년들도 한우 재테크를 통해 ‘큰돈을 벌겠다’라는 목적보다 ‘이러한 투자 방식도 있구나’ 정도로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모든 투자가 그렇듯 소액이더라도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조각투자는 아직 대중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투자 방법인 만큼 충분한 조사를 통해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예비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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