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K-팝’ 산업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케이팝(K-POP)의 생산 공장으로 일컬어지는 ‘4대 엔터기업(JYP·SM·YG·하이브)’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기업을 막론하고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주가 역시 50% 가량 급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력이 약한 10·20세대가 주 소비층인 탓에 확장성의 한계가 명확한데다 좁은 시장에 공급 과잉이 수년째 지속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형기획사의 일종의 찍어내기식 공장형 아이돌 시스템이 오히려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종국엔 ‘K-팝’ 자체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K-팝 4대 엔터社 주가 급락에 개미들 ‘곡소리’
4일 엔터업계 등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의 2분기 실적은 매출 957억원, 영업이익 93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79% 하락했다. 영업이익 기준 시장 컨센서스(216억원) 보다 67% 적은 수준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 역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해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이브는 2분기 매출액 6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509억원을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역시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539억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1% 떨어진 247억원에 머물렀다.
기업을 막론하고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은 해외 실적 하락이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케이팝 음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1억3032만달러(원화 약 1749억원)에 그쳤다. K-팝 앨범 수출액이 역성장 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만이다.
실적 부진은 곧장 엔터테인먼트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JYP엔터는 전일 대비 7.51% 내린 4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10만1400원) 대비 65.6% 급락한 수준이다. 올해 초 24만1500원에 거래되던 하이브 역시 이날 17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30%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SM엔터와 YG엔터 주가 역시 올해 들어 각각 28.6%, 34.2% 내렸다. SM엔터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진 데 대해 “현재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소비층이 10·20세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계가 뚜렷한 시장을 두고 여러 기업이 경쟁을 벌이다 보니 결국 제 살만 깎아먹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층이 비슷한 아티스트를 계속해서 배출해내다 보니 결국 소비자들의 피로감만 커졌다는 분석이다.
노래가 다르고 안무가 다르고 컨셉이 다르지만 종국엔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한 아이돌’이라는 큰 범주에선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례로 하이브는 최근 3년 사이 르세라핌(쏘스뮤직), 뉴진스(어도어), 아일릿(빌리프랩) 등 3개의 걸그룹을 연이어 데뷔시켰다. 이들 그룹 모두 전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여성 아티스트로 구성돼 있으며 앨범의 콘셉이나 의상 등은 10·20세대의 취향만을 반영하고 있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K-팝 사업은 전체적인 틀에서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글로벌 음악시장에 자극을 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돌 발표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며 “BTS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케이팝의 흥행은 대형 아티스트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무조건 내놓고 보자’는 식의 방식으로는 차기 대형 아티스트의 출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10·20세대에 국한된 수요를 30·40세대 등으로 확대시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작업도 중요하다”며 “흥행이 일정 부분 보장된 기존의 방식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장을 넓히기 위한 새로운 도전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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