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이 급증하고 있는 걸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비혼 출산이 늘어났다기보단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결혼 제도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에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비혼 출산 비율이 작년에 5%에 가까워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비혼 출산율이 높아졌다라고 보기보다 혼인신고 이후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1인 가구로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많다보니 서류상으로 미혼인 부부들이 아이를 출산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결혼식은 했지만 대출이나 지원금 등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뒤로 미루는 사례도 대한민국 신혼부부 사이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혼인신고를 2년 이상 미룬 부부가 지난 2020년 이후 급격하게 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는 대출이나 청약 등 주거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소윤 씨(27·여)는 “3년 전 결혼식을 올렸지만 지난해 자가 구입에 성공한 이후 남편과 혼인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오 씨는 “남편이랑 나 둘 다 28세, 25세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보니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생각보다 많았다”며 “경기도 내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청년들에게 주는 지원금처럼 자잘하게 받을 수 있는 돈을 받지 못 하면 아쉬울 것 같아서 혼인신고를 결혼식 이후로 미뤘다”고 말했다.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은 연 1~2%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미혼은 개인 연소득이 5000만원이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부부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신혼6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자격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해 신혼집을 구하려고 하는 부부가 있다. 연 소득 3000만원, 4000만원인 이들의 소득을 합치면 7000만원으로 이 기준을 뛰어 넘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대출 조건에 충족하기 때문에 혼인 신고를 미루고 각각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처럼 맞벌이 가구소득합산과 미혼의 소득 조건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도들 때문에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는 “혼인신고를 하면 내 집 마련과 더 멀어진다”며 “혼인신고는 최대한 따져보고 안 할 수 있을 때까지 미뤄라”는 조언을 찾아볼 수 있다. 또 혼인신고를 하면 미혼일 때보다 여러 불리한 점이 생긴다며 ‘결혼 페널티(불이익)’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지난해보다 높아진 한국의 미혼 출산율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외국 누리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레딧 이용객 Holiday_Being_243는 “한국에는 ‘청약’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제도는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새로운 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많은 젊은 세대가 합법적으로 결혼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이 비혼 출산율이 오르는 이유이다”고 말하며 한국의 청약 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누리꾼의 말처럼 결혼 전 각기 다른 세대였던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하나의 세대로 묶이게 된다. 이후 부부는 세대주와 세대원으로서 1세대를 구성하게 된다. 혼인신고 전에 각각 가지고 있던 청약통장이 있었다 하더라도 후에는 청약통장 2개를 같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2개의 청약 통장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신고 이후에는 두 명 중 조금 더 높은 순위의 청약 통장을 활용해야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박채호 서울과기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결혼 때문에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많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며 “제도가 개선된다면 당연히 혼인율도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며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 한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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