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바보로 아나” 청년세대에 부는 ‘친일몰이 선동정치’ 역풍
“누굴 바보로 아나” 청년세대에 부는 ‘친일몰이 선동정치’ 역풍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차 불거진 친일 논쟁을 두고 여론 안팎에선 이례적 반응이 나온다. 반일감정을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는 행위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실 문제와는 상관없는 별개의 문제를 오로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현실 문제에 억지로 꿰어 맞춰 불필요한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국민기만 행위나 다름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관심 없다” “국민이 바보냐”…또 다시 등장한 친일몰이 정치에 ‘호응 아닌 반감’ 확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또 다시 ‘친일몰이’가 성행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지하철 역사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 철거, 전행기념관 독도 기념관 철거 등을 이유로 윤석열 정부의 독도지우기 진상 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이 정부 부처 전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독도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관들은 이미 “노후 시설물 정비 차원에서 잠시 철거한 것일 뿐 추후 다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이 대표의 결정을 기존 친일몰이 행위의 연장선상의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겉으로는 ‘진상조사’를 표방하지만 조사 자체가 ‘친일’ 행위를 전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에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문제, 일본 언급이 빠진 광복절 기념사 등을 지적하며 현 정부·여당을 향해 ‘친일 정권·정당’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발권카운터 전경. [사진=뉴시스]

 

일반 국민의 반응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크게 동요하거나 최소한 관심 정도는 보였던 과거와 달리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모습이다. 특히 청년세대 사이에선 무관심을 넘어 오히려 반감 분위기까지 등장해 주목된다.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억지로 반일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분탕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분별한 친일몰이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직장인 유정환 씨(36·남)는 “소수의 비합리적인 의견이 다수의 행동을 강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친일몰이라고 본다”며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일 때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제품을 사용하면 곧장 ‘친일파’로 매도되기 일쑤인데 역사는 역사고 지금의 현실은 현실인데 왜 하나로 묶어서 선량한 사람을 매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블록으로 묶여 인근 국가들 간에 협력은 필수인데 역사 문제 때문에 현실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강민지 씨(22·여·가명)는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에 용서받지 못할 일들을 저질렀지만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해결해야지 그걸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옛날 친일파들의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유독 친일몰이를 많이 하는데 우리 국민도 많이 똑똑해졌다”며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윤석열정부 친일인사 임명 규탄대회를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당원들. [사진=뉴시스]

 

가정주부 황수진 씨(35·여)는 “평범한 국민조차 이젠 다른 나라나 일본이나 다 같은 외국이라 생각하는데 왜 유독 정치인들만 ‘친일이네 반일이네’ 하면서 싸우는지 모르겠다”며 “사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이미 지나간 일 가지고 심각하게 싸우고 할 겨를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지난 일이야 하나 둘 해결해 나가면 되는 일인데 그것 보다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한 거 아니냐”라며 “그래서인지 요즘엔 ‘일본 어쩌고’ 하는 정치인을 보면 오히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 같아 오히려 비호감만 커진다”고 설명했다.

 

청년 10명 중 8명 “일본과 협력해야”…야당 “반일” 외쳐도 한국인 일본 방문 역대 최고

 

일본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분리해 평가하는 청년세대의 인식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지난해 청년재단이 발표한 ‘2030 청년세대 한일관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일관계 개선 또는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청년이 전체 응답자의 78.8%(4081명)에 달했다. 이유로는 ▲교역 및 협력을 통한 경제 발전(47.3%)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방위 협력(20.2%) ▲산업 기술 교류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20.2%) ▲문화 교류의 용이성 증대(10.0%) 등이 지목됐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문항에선 보통 39.6%, 높다 41.7%, 낮다 28.7% 등으로 나타났다. 높은 호감의 이유로는 ▲관광, 휴양 등 여행에 대한 높은 선호(40.9%)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높은 선호(38.3%) ▲근면, 청결 등 국민성에 대한 높은 선호(9.9%) ▲전자기기, 생활용품 등 제품의 우수성(9.1%) 등이 꼽혔다. 반면 호감도가 낮은 이유로는 ▲왜곡된 역사 인식 및 태도(84.1%) ▲외교적 마찰(5.8%) ▲비우호적인 방위‧통상 관계(5.4%) ▲국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3.4%) 등이 언급됐다.

 

▲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전경. ⓒ르데스크

 

청년세대의 실제 행동도 정치권의 ‘친일논쟁’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 정부를 향해 연일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 행보와는 반대로 우리 국민의 일본 방문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총 1778만명이 일본에 입국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수치다. 특히 일본을 찾은 외국인 4명 중 1명(25.0%)은 한국인이었다. 올해 상반기 총 444만명이 일본에 입국했다. 중국(307만명) 대만(298만명) 미국(134만명)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인 SNS를 통해 ‘반일몰이’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세력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그는 “정치적 일각은 여전히 반일을 손쉬운 정치적 소재로 다루며 국민 감정을 자극하기에 급급하다”며 “죽창가를 외치며 정신 승리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문화 강국, 경제·외교 리더로 자리매김해 소프트파워로 그들(일본)이 스스로 존경의 마음을 갖게 할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80주년 광복절은 진정한 극일을 되새기는 모두의 축제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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