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상위권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은 물론 직장인마저 로스쿨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삼성·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재직자는 물론 행정고시를 통과한 젊은 사무관들도 너도나도 로스쿨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로스쿨로 진로를 바꾼 배경에는 전문직이라 정년에 구애 받지 않고 꾸준히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행시보다 로스쿨이 낫다”…고연봉·정년보장 노린 엘리트 직장인 변호사 도전 열풍
26일 S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팀장님이랑 같은 로스쿨 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기업에 재직 중인 작성자 A씨는 회사의 팀장님이 본인과 같은 로스쿨 동기가 될 것이라며 놀란 사연을 올렸다. A씨는 “팀장님과 같은 지하철을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팀장님이 휴대폰으로 메가 로스쿨에 리트 인증을 하고 있었다”며 “저와 눈이 마주친 팀장님은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장님에게 나도 사실 올해 리트를 쳤다고 고백했는데 이후 팀장님과 이야기 해보니까 가·나군에 같은 대학원을 쓸 것 같았다”며 “고려대 법대 출신인 팀장님과 대학원 동기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회사에서 대면하기가 너무 껄끄러워졌다”고 토로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로스쿨로 진로를 변경했다는 조유정 씨(31‧여‧가명)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년간 근무했는데 워라밸이 없는 근무환경에 비해 급여는 300만원 중반 수준에 불과했고 업무환경도 너무 수직적이라 재직 중에 로스쿨 입학 준비를 했었다”며 “평생 세종시에 살아야 하는 등 거주공간의 제약도 많아 주변 동기들도 한 번 정도는 로스쿨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26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지원자 수는 1만94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만7360명보다 11.8%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6년 8246명에 불과하던 인원은 8년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리트 접수자 역시 10년 연속 증가세다. 올해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으로 경쟁률은 10대 1에 달한다.
로스쿨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각 대학들도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상위 5개 대학 중 한 대학은 최근 재학·휴학·수료생을 대상으로 로스쿨 진학 관심도 제고 및 LEET 응시 독려를 내세워 LEET 응시료 환급 제도를 시행했다. 지급 금액은 1인당 5만원으로 선착순 200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성적 상위 50명에게는 학생성공장학금도 추가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 중 한 곳에 재직 중인 김현규 씨(27·남)는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도 원천징수에서 세금을 제하고 나면 성과급을 다 합쳐서 월 4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며 “올해 초 빅펌에 들어간 대학 선배로부터 초봉이 1억5000만원을 훌쩍 넘고 전문직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이직도 자유로운데다 정년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리트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각 기업 내에 희망퇴직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면서 직장 내에서도 전문직으로 제 2의 인생을 꾸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다만, 로스쿨에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또한 설령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들 빅펌에 들어가는 인원은 극소수기 때문에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따라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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