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워너비 ‘외국계기업’ 현실…“자유롭지만 성과 없으면 바로 해고”
취준생 워너비 ‘외국계기업’ 현실…“자유롭지만 성과 없으면 바로 해고”

취업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이 차별화된 복지가 청년 취업자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보다 외국계 기업을 더 선호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만 외국계 회사 복지 뒤에 숨은 쉬운 해고와 책임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P 코리아는 김대환 대표의 명의로 직원들에게 최근 “직원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능한 재택근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날뿐만 아니라 HP 코리아는 재난안전 문자가 올 때면 어김없이 재택근무 권고 연락을 받고, 업무 영역별로 상이하지만 HP코리아 직원들은 일주일 기준 1~2회 정도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데믹과 함께 국내 IT 업체들이 잇달아 재택근무 폐지 및 축소를 추진 중인 가운데, HP코리아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HP코리아에는 ‘일주일 기준 사무실 출근 ○회’라는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춰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한다.


이를테면 출근이 잦은 영업 부문 직원들은 금요일에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인사·마케팅 부문 직원들은 주 1~2회 정도 출근한다. HP 글로벌 본사와 협력이 다수인 파트 직원들 중에는 월 기준 회사 출근 횟수를 한 손으로 꼽는 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성행했던 재택근무는 대부분 직장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출근하는 일 자체가 고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불쾌감은 더욱 심해진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적으면 1시간에서 많으면 3시간까지 하루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복지로 꼽힌다.


HP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서 시간적 복지가 일반화돼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애초의 출근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휴가 규정도 없다. 원할 때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쉬고 싶다. 그야말로 규칙이란 것이 없는 게 규칙인 셈이다.


넷플릭스 재직 중인 이선주(가명) 씨는 “1주 내내 집에서 일한 적이 있고, 답답할 때 회사에 나가는 편이다”며 “딱히 정해진 보고 절차 또한 없어 개인마다 일하는 시간 또한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밤에 일하는 것을 선호해 회사에 출근해 저녁을 먹고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외국계 기업은 출퇴근 및 근로시간이 자유로운 만큼 책임이 무겁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 구글 사옥 오피스. [사진=뉴시스]

 

구글의 경우에도 일주일에 3번만 출근하면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 3회 출근조차도 지난해 바뀐 문화로 이전에는 구글도 자유로운 출퇴근 제도였다. 그래서 구글 직원들은 주 3일 출근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식사와 간식, 교육, 사무실 내 다양한 복지 공간 등 대부분 외국계 기업은 대체적으로 국내 기업들보다 뛰어난 복지를 자랑한다.


그러나 후한 복지만큼 외국계 기업은 ‘책임’ 또한 무겁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회사에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 칼같이 해고 통보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 중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대 규모 해고를 단행한 구글 또한 1만2000여명에게 일방적 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해고 영상을 찍은 전 구글 직원은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려 했는데 로그인 권한이 박탈됐고 이메일에는 해고 메일이 와있었다. 정리 해고자에 따르면 당시 구글은 아픈 직원이든 임산부 건 개인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해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구글뿐만 아니라 트위터, 넷플릭스 등 대부분 외국계 기업의 해고 문화 비슷하다. 반면 국내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와 노조 때문에 직원을 쉽게 해고하기 힘들다. 성과가 잘 안 나오더라도 개인보다는 팀 단위의 연좌제로 평가해 책임 소재도 쉽게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20~30년 이상 다닌 직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씨는 “이전에 국내 대기업에서도 일해봤는데 복지와 자율성은 훨씬 좋아졌지만 업무량과 심적 스트레스는 오히려 늘었다”며 “개인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면 외국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주의에 뿌리를 둔 미국 회사가 직원들에게 자율과 복지를 준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니 외국계 복지의 밝은 면만 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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