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에 대한 임종룡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대처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정 대출에 관여한 직원을 고발까지 한 상태임에도 정작 손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서다. 손 전 회장이 여전히 우리금융이 설립한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임 회장을 둘러싼 ‘꼬리 자르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수백억대 재단을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배임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태승 친·인척 특혜 대출에 직원들 고발·징계, 정작 손태승은 우리금융재단 이사장직 유지
금감원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대출이 의심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대출 잔액은 총 303억원(16개 업체, 25건)이며 그 중 198억원(11개 업체, 17건)이 단기(1개월 미만) 연체이거나 부실화된 상태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등 부당대출 관련 자료를 정리해 조만간 검찰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민원 대응 차원의 조사를 실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미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를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금감원 보고 없이 자체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의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근거해 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임 전 본부장 및 퇴직을 앞둔 지점장급 이상 직원 대상으로 재임 중 취급했던 대출에 대한 사후점검을 실시했다. 검사과정에서 임 전 본부장이 신도림금융·선릉금융 센터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에 취급했던 기업대출 중 부적정 취급 건이 발견됐고 일부가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결국 4월 인사협의회를 개최해 임 전 본부장을 면직 처리하고 및 성과급을 회수했다.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관련 직원 7명에 대한 징계도 병행했다.
이후 금감원이 해당 내용과 관련된 민원 확인 요청에 나서면서 우리은행은 파악된 내용 일체를 금감원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6~7월 중 현장검사를 실시하며 임 전 본부장이 취급했던 부적정 취급 의심 대출에 대한 부실 원인 규명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 2차 심화검사 및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대응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 관련인의 불법행위를 확인해 임 본부장 등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우리금융은 정작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손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처음엔 사안 자체를 가볍게 여겨 자체 징계로 마무리 한 것도 모자라 관련 직원을 고발하며 뒤늦게 금감원 조사 결과를 인정한 이후에도 여전히 손 전 회장에게 우리금융그룹이 출자한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맡겨 놓고 있다. 올해 초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반년 가까이 자리를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손 전 회장 관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직원에 대한 고발로 마무리하고 손 전 회장에겐 여전히 재단 이사장을 맡기고 있는 데 대해 명백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자산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는데다 연간 우리금융 계열사들의 기부금 규모도 수십원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임종룡 회장의 배임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계열사 자금이 투입되는 공익재단을 부적절 인사에 맡긴 채 그대로 방치하는 행위 자체가 배임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사안에 관련 직원만 처벌하고 전임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꼬리 자르기’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이미 시행된 대출에서 약 200억원 가량이 연체이거나 부실화된 상황에서 현재 우리금융 수장을 역임 중인 임종룡 회장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 혹은 배임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손태승 전 회장이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해 직접 이해관계자인 손 전 회장을 제외하고 직원만 고발 조치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먼 친척일 경우엔 몰랐다는 말이 통했을지 몰라도 아내 회사가 우리은행에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는데 손 전 회장이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관련 사안에 대해 논란이 큰 만큼 재단 이사장직은 도의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을 둘러싼 ‘꼬리 자르기’ ‘배임성 방치’ 등의 논란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는 내려졌지만 전임 회장에 관한 처벌은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고 확인 또한 불가능하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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