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장남인 허진수 사장과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 사장은 해외사업 공략에 허 부사장은 신기술에 열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분으로만 따지면 허 사장이 허 부사장에 앞서지만 경영 성과에 따라 승계 구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SPC는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진 않는 기업이다. 여기에 허 회장도 직접적으로 승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어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경영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단 것이 업계 정론이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은 한 살 터울 형제로 각각 해외 사업과 외식사업을 맡고 있다. 그룹 지배력으로는 허 사장이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의 지분을 각각 20.20%와 16.31% 보유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12.7%, 11.94%로 형이 지분은 더 앞선 상태다.
아버지 빈자리 채우려는 장남…할랄 시장 공략 박차
허 사장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AIB(미국제빵학교)에서 연수한 후 2005년 파리크라상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4년 파리크라상 전무와 SPC그룹 글로벌부문(BU)장, 2015년 SPC그룹 부사장 등을 거쳐 2022년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해 해외 사업을 이끌고 있다.
허 회장 구속 이후 허 사장은 해외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8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월드에서 ‘2024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컨벤션’에 참석해 미국 파리바게뜨 임직원들과 가맹점주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는 북미 지역에 18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90% 이상이 가맹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20여 개 가맹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83개의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전역에 2000개 지점을 열 계획이다.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맹점 대표들의 땀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며 “북미에서 확인한 성공의 요소들을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 전반에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의 해외 사업 매출액은 2020년 3120억원에서 2021년 4008억원, 2022년에는 6000억원을 기록해 49.7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SPC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영국, 캐나다, 필리핀 등 11개국에 진출해 해외 매장 수 550여개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중동지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Galadari Brothers Group)’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앞으로 준공될 ‘SPC조호르바루 공장’을 통해 19억 이슬람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신기술로 역전 노리는 동생…AI 서비스 적극 활용
동생인 허 부사장 역시 경영 전면에 나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허 부사장은 외식 프랜차이즈 비알코리아와 마케팅 솔루션 섹터나인을 맡고 있다. 특히 2016년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와 안착시키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2018년 마약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재판을 받은 후 업무에서 배제됐지만 3년 만인 2021년 11월 SPC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신규사업부 책임임원으로 선임됐다.
허 부사장이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신기술로 섹타나인이 가진 디지털 역량을 그룹사 전체에 적용하고 해외 사업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허 부사장이 섹터나인에 합류한 후 도보배달 플랫폼 서비스 ‘해피크루’, 퀵커머스 서비스 ‘해피버틀러’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챗GPT’를 활용해 배스킨라빈스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등 신기술 활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 부사장은 지난달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회에서 “AI를 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판매 데이터도 활용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겠다”며 “배스킨라빈스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삼립식품, 파리바게뜨까지도 AI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신기술을 통해 형이 맡고 있는 해외사업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허 부사장은 “앞으로 SPC그룹은 AI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수요와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이를 발판 삼아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영향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 공백기 동안 형제간 행보가 승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승계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언급한 바가 없는 만큼 리더십 공백기인 지금이 두 아들의 경영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며 “이 기간 나온 성과에 따라 승계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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