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기업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렬로 인해 이른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라 불리는 가격 하락 시기를 노린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틀간 30% 가량 폭락한 상황에서 나온 공격적인 매수세가 ‘막연한 기대감’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하·따’ 투자는 기업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하락률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한 번 하락한 주가가 추가로 떨어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실적 부진에 외국인·기관 전부 팔자 행렬, 개인투자자들은 ‘줍줍’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7~8일 이틀간 28.12% 급락했다. 특히 지난 7일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상장 이후 역대 최고의 하락률(-24.91)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 하락률은 지난 2018년 10월 4일의 13.99%였다. 오늘(9일) 주가 역시 오후 3시 기준 전장 대비 1.16% 하락하면서 12만원이 붕괴된 상태다.
증권가에선 아모레퍼시픽 주가 폭락이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어닝쇼크’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장 마감 이후 공시된 아모레퍼시픽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90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5% 감소한 42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앞서 실적발표 직전 각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 평균은 695억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감소는 화장품 부문의 이익 감소와 데일리뷰티 부문의 적자 전환 때문이다. 특히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온·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 총판 사업구조 변경 등 영향으로 4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게 결정적이었다. 중화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부진한 실적 성적표는 곧장 큰 손 투자자의 이탈로 이어졌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8일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각각 1467억원치, 652억원치 순매도했다. 기관·외국인 모두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매도한 종목이 아모레퍼시픽이었다. 큰 손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바닥 밑에 지하도 있다” 눈·귀 가리고 ‘하·따’ 노린 불나방 투자주의보
주목되는 점은 실적 부진을 의식한 큰 손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 속에서도 유독 개인투자자들은 반대 행보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7~8일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2125억원 어치나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다. 저렴할 때 주식을 매수하면 향후 기존 시세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인한 결과였다. 지금도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주가 하락을 언급하며 ‘하·따 타이밍’이라는 게시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급락한 주식에 대해 반대로 베팅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부정적 이슈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이를 상쇄시킬 만한 호재가 없는 한 주가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오히려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일례로 지난해 주가조작에 휘말렸던 삼천리·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 등이 하한가를 기록할 때도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삼천리·대성홀딩스의 경우 하한가가 3~4거래일 가량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투자 손실을 입게 됐다. 다우데이타 역시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뒤에도 곧바로 20% 가량 급락해 ‘하따’에 나선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몰라 보게 커졌다. 지난해 11월 9일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한 파두 역시 하한가를 기록한 직후 3거래일 연속 30% 가량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하한가에 매수를 해 단기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 전략은 상당한 투자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실적이나 부대상황 등의 악재에 의해 특정 종목의 가격이 무너질 때 기존 가격보다 더 낮게 떨어져 버리는 현상들이 자주 관찰되기 때문에 주가가 아닌 기업의 가치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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