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방점찍은 8·8 부동산 대책, 수도권 과밀·환경파괴 우려
‘공급’ 방점찍은 8·8 부동산 대책, 수도권 과밀·환경파괴 우려
ⓒ르데스크

최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어 정부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향후 6년간 수도권에 주택 42만7000호를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촉진하고 비아파트 소형 주택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주택 공급에 방점이 찍혔다.

 

다만 이번 부동산 대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수도권 과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수도권에만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지방과의 양극화를 부추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공급을 위해 수도권 핵심 입지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방안도 실효성과 환경파괴 우려를 사고 있다.

 

‘주택 공급’ 위해 그린벨트 풀고, 정비사업 특례법 만들어 사업기간 단축하고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이어 0.07%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계절적으로 부동산 비수기인 휴가철임에도 매물이 감소하면서 집값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방향은 공급 확대다. 정부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 먼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서울을 포함한 우수한 입지의 수도권 신규 택지 8만가구를 신규 발굴하고, 지구 지정 등 본격적인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한다.

 

▲ 정부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 사진은 최상목 부총리.[사진=뉴시스]

 

이는 당초 계획(2만 가구) 대비 4배 늘어난 규모로, 도심 내 새 아파트를 지어 공급할 추가 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기존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대해 유보지 활용 등 토지 이용을 효율화해 2만가구를 추가 확대한다.

 

빌라 등 비(非)아파트를 11만호 이상 신축매입임대로 신속히 공급하고,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신축과 구축을 모두 포함한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는 종전 계획 12만호에서 최소 16만호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사업 시일이 평균 15년 정도 소요됐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기간을 큰 폭으로 단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른바 재건축·재개발 특례법(가칭)을 재정해 정비사업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기겠단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6년 간 서울 도심 등 17만6000호의 주택을 조기 착공한다.

 

수도권 공공주택에서 내년까지 착공했을 때 미분양된 주택을 LH가 매입한다. 무려 4만1000호를 조기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후분양을 조건으로 민간에 분양된 공공택지에 대해 선분양 전환을 허용한다.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했을 때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기간을 준공·취득일 기준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연장한다. 생애 최초 비아파트 주택을 구매한 경우엔 취득세 감면 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00만원 늘리기로 했다. 세제 혜택 대상 주택은 전용 60㎡ 이하면서 취득가격이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인 다가구·연립·다세대·도시형 생활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민들이 원하는 시기, 원하는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 전 과정을 밀착관리하는 등 이번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며 “공급 대책 과정에서 투기거래 근절과 시장교란행위 단속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 현장 점검반을 즉시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향적인 공급 대책 내놨지만…수도권에만 집중, 균형발전·환경파괴 우려

 

8·8 부동산 공급 대책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비아파트 시장정상화에 일부 도움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 공급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어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발전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부동산 정책에선 지방 소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는 실패한 전례가 있어서다. 오히려 그린벨트 해제가 환경과 국민건강을 헤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 8·8 부동산 공급 대책이 비아파트 시장정상화에 일부 도움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과밀화와 환경파괴 우려가 클 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건 12년 만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에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그린벨트 34㎢를 해제했다. 집값 안정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졌지만 서울 집값 상승을 잡진 못했다.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 때도 판교와 위례 등 신도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었으나 수도권 땅값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유산이자 도시의 삶, 환경, 생태, 안전을 지키는 장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공급이 늘어나도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를 부추길 뿐 장기적으로 국토 균형발전에도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4.79㎡로 전국 266.01㎡의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녹지 면적이 부족한 상태다”며 “서울 인근의 보존 가능한 지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키고, 지금까지 계획한 신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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