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천 청라지구에서 발생한 전기차 사고로 인해 전기차 포비아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메르세데스 벤츠 EQE 차량에 장착된 파라시스 에너지의 NCM 배터리가 원인인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해당 배터리 업체는 중국으로 세계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화재 이후 해당 아파트 중 일부는 수도 공급 시설이 파손돼 14개동 1581가구의 주민의 수도가 끊기는 불편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가 생수 9만1840병, 급수 물차 11대, 이동식 화장실 9개(30칸), 이동식 샤워 차량 2대를 지원했으며 이 아파트의 5개동은 전기 시설이 파손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해당 사고를 본 해외 누리꾼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레딧 이용객 self-fix는 “차가 그냥 며칠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불이 붙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외에서도 파라시스 사의 배터리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을 때는 보통 작동 중이거나 충전 중이거나 심지어 햇빛 아래 있을 때인데, 이 차는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붙었다”고 말하며 중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벤츠 EQE 차량에는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의 제품과 파라시스 제품이 병행 탑재됐는데,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배터리사들은 주력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지만 뒤늦게 뛰어든 삼원계(NCM·NCA)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돼 왔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진 NCM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비싸고 안정성을 잡기 어렵지만 주행거리가 길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당초 알려진 사실과 달리 세계 10위권인 ‘파라시스’(Farasis) 제품이 탑재됐다는 사실이 조사결과 밝혀지자 벤츠 전기차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1억이나 넘는 차량을 팔고 있는데, 어떤 배터리를 활용하는지 모르는 게 말이 되냐”며 “전기차 차주에게 배터리 브랜드를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도 파라시스 사 배터리의 품질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21년 2월 독일 유력 경제지 ‘매니저 매거진’은 “파라시스 배터리 샘플의 품질이 재앙적”이라며 “다임러(당시 벤츠 모회사)와 협력 관계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도 파라시스 제품이 화재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파라시스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했고, 당시 파라시스 사도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에 비해서 중국에서 제조되는 NCM 배터리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번 화재의 해결방안에 대해서 고민해보고자 한다면 어떤 배터리가 차량에 탑재됐는지에 집중할 것보다 오히려 폐쇄된 공간에서 충전하고 불이 났을 때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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