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잔 되고 남잔 안 되고” 남녀갈등 키우는 오락가락 잣대
“여잔 되고 남잔 안 되고” 남녀갈등 키우는 오락가락 잣대

최근 일본 성인비디오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 개최 무산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남녀 간 차별적 인식이 화두에 올랐다. 전통적인 남성 우위 인식을 깨는 과정에서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법·행정 잣대 역시 과거의 남녀차별 인식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거꾸로 ‘여성에겐 관대하고 남성에겐 각박한’ 경우가 빈번해 기존에 없던 ‘젠더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성인페스티벌’ 논란에 ‘남성 역차별’ 재점화…“배려 가장한 불공정 잣대가 남녀갈등 주범”

 

일본 성인비디오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이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여성단체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지자체가 행사 개최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형평성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행사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성(性)을 상품화하는 행위는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남자 배우들의 노출이 등장하는 공연은 수년째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 성격의 행사는 개최조차 못하게 막는 것은 명백한 남녀차별이라고 맞서고 있다.

 

해외에서도 ‘성인 페스티벌’ 논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국에선 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사안이 한국에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한국의 성문화’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한국은 성인 엔터테인먼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장소에서 노출하는 것과 스트립쇼는 금지돼 있으며 포르노를 판매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사진)은 성인페스티벌 개최를 막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도 찬·반 줄서기에 동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자신의 SNS에 “성인이 성인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 또는 페스티벌 형태의 성인문화를 향유하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라고 적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해당 행사가 수원시에서 개최되는 것을 막은 이재준 수원시장은 “성인 페스티벌은 성인문화를 향유하는 행사가 아니라 자극적 성문화를 조장하는 AV 페스티벌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성인 페스티벌’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점차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여론 안팎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성(性) 관련 이슈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법·행정 집행에 있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남녀 간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는 “남성 중심 사회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탓에 남성은 강자, 여성은 약자라는 프레임이 생겨났는데 이제는 사회 구조가 달라진 만큼 성별로 강자와 약자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법·행정 집행 과정에서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됐던 사례는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는 화장실 미화원의 여성 집중 현상이다. 일부 예외가 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지하철, 쇼핑몰, 백화점 등 공공장소 화장실 미화원은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미화원조차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은 ‘남성 역차별’을 언급할 때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논거다.

 

▲ 과거 진행된 성인페스티벌 행사 현장. [사진=뉴시스]

 

채용이나 승진, 또는 어떠한 직무나 직책을 부여함에 있어 일정 비율의 여성을 의무적으로 채우게끔 하는 ‘여성할당제’도 대표적인 남성 역차별 사례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도 ‘여성할당제’ 때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여성할당제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과거의 인식에서 탈피해 성별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정량적이면서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는 게 진정한 남녀평등의 실현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성별에 따라 평가 기준을 달리하는 측면이 있다는 부분에 공감하며 진정한 남녀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동일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황은진 씨(33·여)는 “남성 우월적 사고를 완전히 배제하고 객관적이면서 정략적인 기준을 전제로 한다면 성별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여성을 과도하게 배려하려는 인식 자체가 남녀평등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선우 씨(21·남·가명)는 “요즘엔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며 “여성을 배려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기준이나 인식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만들어내고 남녀 간에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만큼 공정한 기준을 전제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며 “진정한 남녀평등의 실현은 선천적인 차이는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후천적인 차이는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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