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키우랴 부모 봉양하랴…오늘도 ‘저녁 없는’ 김 부장님들
애들 키우랴 부모 봉양하랴…오늘도 ‘저녁 없는’ 김 부장님들

한국의 경제·사회를 지탱하는 ‘허리’로 여겨지는 40·50세대의 삶은 타 연령층에 비해 유독 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가장 높았지만 그만큼 일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부양 부담은 여전한데다 고령의 부모까지 봉양해야 하다 보니 ‘워라벨’은 고사하고 체력이 되는 한 무조건 많이 벌고 봐야 한다는 게 40·50세대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경제력 높지만 근로시간도 많은 40·50세대, 자녀·부모 생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 원인

 

29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한 5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19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11만8000명)와 40대(11만5000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30대(7만1000명)와 20대 이하(15~29세·5만3000명)는 10만명을 한참 하회했다.

 

잡코리아·알바몬에 따르면 40·50대가 하루 중 N잡에 투자하는 시간은 각각 3.4시간, 4.1시간이었다. 월수입은 40대 평균 92만원, 50대 이상은 평균 105만원 등이었다. 부업의 주요 업무는 판매·매장관리·음식점 서빙 및 보조·사무보조 등으로 다양했다. 자연스레 40대·50대는 타 연령층에 비해 평균소득이 가장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자료를 보면, 연령대 별 평균 소득은 ▲40대(438만원) ▲50대(415만원) ▲30대(379만원) ▲20대(255만원) ▲60세이상(243만원) 등의 순이었다.

 

평균소득이 가장 높은 이들이 퇴근 후 또 다른 부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자녀와 부모의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다 보니 타 연령층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저녁이 없는 삶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경제적 독립을 꺼려하는 20·30세대가 급증하면서 40·50 중년층의 부담감은 더욱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 대리운전 플랫폼 '카카오 드라이버' 이용 장면.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20대 13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88.1%)이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대 중에서도 대학생의 97%, 취업준비생의 83%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도 절반 이상인 59.9%가 부모의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달 지원받는 금액은 평균 50만2000원에 달했다.

 

직장인 임석민 씨(53·남)는 “현재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며 “대학생인 첫째에게 등록금·월세·용돈을 보내 줘야하고 고등학생인 둘째 학원까지 보내려면 월급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내 역시 같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생활비에 대출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당장 지금 먹고살기 빠듯하니 노후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인 부모의 봉양도 40·50세대의 몫이다. 인구구조 상 지금의 40·50세대의 부모세대는 체력적·신체적 한계로 인해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70·80세대다. NH투자증권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322만원, 최소 노후생활비는 월 227만원 등이다. 수도권으로 지역을 좁히면, 적정 노후생활비 월 360만원, 최소생활비 257만원 수준이다. 노령연금, 국민연금 등을 전부 수령한다 해도 최소 월 100만원 가량은 40·50세대 자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 총 인구에서 중장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10명 중 4명은 중장년층인 셈이다. 이들은 자녀 육아와 부모 봉양과 더불어 정부의 주요 정책 재원이 되는 세금 납부에 가장 큰 역할은 하고 있는 세대다. 전문가들은 40·50세대가 심리적·신체적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40·50대는 생산성이 높고 경제력도 있지만 가계 경제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출도 크다”며 “퇴직을 앞두고 있는 40·50대를 위한 현실적인 경제 복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20·30세대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세대를 생각해서라도 나의 행복과 안락함만을 좇는 이기적 행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은 책임감과 희생정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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