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향한 엇갈린 시선 ‘시한폭탄 vs 확대해석’ 분분
부동산PF 향한 엇갈린 시선 ‘시한폭탄 vs 확대해석’ 분분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다. 부동산PF 부실이 잠재리스크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는 같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선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보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당장 금융당국은 과도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진화에 나선 상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PF대출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며 과거 위기 대비 연체율과 미분양도 크게 낮은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건전성 강화 조치로 금융회사가 PF 부실에 대한 충분한 손실흡수와 리스크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PF 부실 규모 설왕설래…해외IB 111조원 분석에 금융당국 “과장됐다”

 

부동산PF 부실 우려는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 꾸준히 제기됐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건설사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PF 대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사의 1차 부실이 금융기관의 2차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에 비해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외신인 블룸버그는 노무라증권과 씨티은행 등 해외 투자은행이 한국의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비은행 금융 부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부동산PF 부실 규모가 111조원에 달한다며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국제금융안정위원회(FSB) 보고서를 인용해 증권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거래 활동 수준은 한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세계 그림자금융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우려 가득한 분석은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공교롭게도 총선 이후 부동산PF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대두된 시점에 이러한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이른바 4월 위기설은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심화돼 건설사들이 줄도산을 맞고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들로까지 부실이 전이될 거라는 게 골자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억지로 틀어막고 있었던 만큼 총선 이후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거라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이 내놓은 분석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먼저 부동산PF 부실 규모가 111조원에 달할 거라는 분석과 달리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규모는 총 135조6000억원이다. 은행 46조1000억원을 제외하고 그림자금융으로 불리는 비은행권 규모는 저축은행 9조6000억원, 여신전문 25조8000억원, 증권 7조8000억원, 상호금융 4조4000억원, 보험 42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연체율은 2.70%다. 산술적으로 부동산PF 135조6000억원 중 부실 규모는 3조7000억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저축은행 연체율은 6.94%, 증권사 13.73%, 여신전문사 4.65%다. 증권사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체 비은행 금융 중 차지하는 PF대출 잔액은 가장 적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부동산PF 연체율이 13.62% 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투자은행의 분석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부동산 PF의 잠재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부실화된 부동산PF 규모가 111조원이라는 수치는 지나치게 커보인다”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PF발 금융위기 가능성 낮지만…실물경제 악화 가능성 여전

 

금융당국을 비롯해 한국은행 등은 부동산PF 부실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가능성은 낮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부동산 경기 및 건설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실물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PF 규모가 큰 일부 건설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배경에는 금융기관의 평균 자본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이 지목된다. 고위험 PF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해 추정손실이 반영된다고 해도 모든 금융업권의 평균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부동산PF 사업장이 떠안고 있는 잠재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재무불안에 시달리는 건설사를 통해 부실이 전이되거나 확산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금융권이 수용할 수 있는 자본적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감독 규제를 강화하면서 PF대출의 확대가 제약된 데다 금융기관이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적립한 덕분이다.

 

▲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재무불안에 시달리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당장 부동산PF 부실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실물경제에는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단기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태영건설 구조조정 추진 이후에도 단기시장 금리는 MMF(머니마켓펀드) 자금 유입, 기관들의 자금집행 재개 등 우호적인 수급 여건에 힘입어 하락했다.

 

문제는 부동산PF 부실로 인해 실물경제가 악화될 우려는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PF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시장 침체가 불가피해진다. 가뜩이나 금리부담이 큰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중소건설사의 부도 확률이 높아진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서 엿볼 수 있듯 건설사의 부실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수분양자의 투자금 손실부터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의 공사대금 미회수와 연쇄부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건설자재 및 건설근로자들의 추가적인 피해로 이어져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장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과 유동비율 등 자산건전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PF사업장 부실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부동산PF 사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초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PF 사업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개발사업에 관련된 개별 경제 주체들의 손실흡수력을 높이고, 부실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로 지나치게 빨리 부실을 처리하려고 하면 예상치 못한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금융기관과 관련 이해당사자 간 만기연장 등 정상화 노력에 대해선 충당금 적립률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부실처리 속도를 잘 조절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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