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작 열여덟인데”…어른들 ‘쩐의 전쟁’ 전리품 전락한 뉴진스
“이제 고작 열여덟인데”…어른들 ‘쩐의 전쟁’ 전리품 전락한 뉴진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사업 구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것과 흡사해요. 성공 확률이 극히 낮아 돈과 시간을 날릴 위험이 크지만 거위가 황금알만 낳는다면 대박이죠. 그래서 지금처럼 돈을 대는 사람과 키우는 사람이 다른 구조에선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순간 탐욕의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전쟁터 한복판에 선 거위에겐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최근 국내 1위 엔터기업 하이브와 자회사 경영진 간에 경영권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여론 일각에선 자회사 소속 가수이자 글로벌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돈 때문에 아직 어린 10대 소녀들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는 반응이다.

 

국내 엔터업계 1위 하이브, 2년 만에 1100억 번 뉴진스 소속 자회사와 갈등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22일 하이브는 자회사인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정황을 확인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자회사인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 소속 아이돌그룹이 뉴진스를 카피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 [사진=하이브]

 

업계 안팎에선 이번 갈등의 핵심이 ‘돈’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도어가 올해로 설립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소속 가수인 ‘뉴진스’의 성공 덕분에 이미 ‘우량기업’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어도어의 매출액은 설립 이듬해인 2022년 186억원, 지난해 1103억원 등으로 급등했다. 뉴진스 또한 2022년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엔 전 세계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덕분에 순이익 역시 2022년 32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6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고도 남을 만한 금액이었다. 지난 2022년 말 까지만 하더라도 어도어의 자본총계는 초기 자본금인 161억원 보다 약 40억원 가량 적은 12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초기 자본금 161억원의 2배가 넘는 398억원까지 상승했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이익잉여금 또한 220억원에 달했다.

 

이미 우량기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어도어의 향후 전망은 더욱 밝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뉴진스가 일본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올해 6월부터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앞서 증권가에서도 자회사인 어도어의 실적 향상 덕분에 하이브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이브-어도어 싸움은 결국 ‘뉴진스 소유권’ 분쟁…전리품 전락한 뉴진스만 불쌍”

 

▲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사진=뉴시스]

 

엔터업계와 증권가 등에선 대체로 사태의 원인 분석과 주가 전망 등에 집중하기에 바쁜 모습이지만 여론 일각에선 전혀 예상 밖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의 평균 연령이 18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어른들의 ‘쩐의 전쟁’으로 인해 어린 소녀들이 상처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학생 유정훈 씨(20·남·가명)는 “평소 뉴진스 노래를 즐겨 듣는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갈등은 결국 경영권 갈등이 아니라 ‘뉴진스 소유권’ 싸움이라고 본다”며 “한참 어른들이 돈 때문에 어린 소녀들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 자체가 혐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신들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싸우는 어른들을 보며 뉴진스 멤버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나”라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최소한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자신을 뉴진스의 팬덤인 ‘버니즈’라고 소개한 30대 남성팬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전형적인 투자자와 사업주체 간에 다툼인데 문제는 캐쉬카우가 사람이고 심지어 아직 미성숙한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리 돈이 좋지만 최소한 한 순간에 전리품으로 전락한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며 “지금까지 누구도 뉴진스 멤버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회사 격인 산하 레이블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신인가수를 육성·발굴하는 시스템은 하이브의 강점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강점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며 “앞으로 사람만 빼 가면 기업의 소유권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엔터사업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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