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못하는 어머니들의 애환 “남편 명퇴하니 아들 뒷바라지”
은퇴 못하는 어머니들의 애환 “남편 명퇴하니 아들 뒷바라지”

요즘 중·장년층에게 ‘안락한 노후생활’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평균 수명 증가로 본인 노후 챙기기만도 빠듯한 상황에서 자식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신세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본가’에 눌러앉은 자식들이 급증한 탓이다.

 

30년 넘도록 끝나지 않는 육아…“남편 명·퇴했는데 이젠 아들 아침밥 차리기 바빠”

 

23일 채용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20·30대 1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부모의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비율은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19세~34세)의 54.6%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64.6%는 이미 학업을 마친 상태였다. 이들이 부모 집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었다. 사회적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을 다닌다고 할지라도 본가를 떠나는 순간 월세·관리비·공과금·식비 등의 지출이 급격하게 커져 한달에 100만원도 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LG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 재직중인 박동훈 씨(30·남)는 “집을 떠나는 순간 숨만 쉬어도 매달 100만원이상이 계좌를 스쳐지나간다”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결혼 직전까지 부모님 밑에서 지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 채용박람회에서 예비 채용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중장년층. [사진=뉴시스]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의 증가는 중·장년층의 삶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가뜩이나 평균 수명 증가로 본인 노후 챙기기만도 빠듯한 상황에서 자식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부모들이 적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의 10명 중 8명(76%)이 본인 또는 배우자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72.5%)보다 3.5%p 늘어난 수치다.

 

가정주부 허유진 씨(55·여)는 “지난 30년 간 매일 아침마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 아침밥 차려주기 바빴는데 정작 남편이 명예퇴직을 하고 나니 이젠 아들 아침밥을 챙겨주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농담처럼 ‘30년째 육아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웃으면서 이야기는 하지만 한 편으론 쓸쓸한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중석 씨(62·남)는 “25년 정도 회사에 다니다가 3년 전 은퇴 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예전엔 은퇴하고 나면 안락한 노후를 꿈꿨는데 정작 현실은 자식 뒷바라지하기 바빴던 30대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값도 비싸고 취직도 힘들다 보니 이해는 하지만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걱정이 많다”고 부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청년 노동시장 사정이 좋지 못한데다 집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지낼 수밖에 없다”며 “부모세대 입장에선 평생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인데 결국 특정 세대의 문제가 전 국민의 문제로 확대된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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